첫째아이 못받고, 둘째도 '찔끔'…국민연금 출산 혜택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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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을 지키자보건복지부가 출산 부부의 국민연금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 제도가 ‘출산율 개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가 아이 한 명 낳는 것도 꺼리는 시대에 두 명 이상을 낳을 때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건 출산율을 높이는 대책으론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인정하는 기간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짧은 데다 그나마 연금을 받는 60대가 돼서야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출산 부부가 정책을 체감하기도 어렵다.
(16) 부실한 출산 크레디트
작년 합계출산율 0.78명인데
2자녀부터 적용…현실과 괴리
60대 돼서야 받아 체감 못해
"출산율 제고 도움 안돼" 비판에
정부, 크레디트 확대 검토 나서
국민연금 출산 혜택, 첫째는 빠져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 중인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최근 출산 크레디트 확대 방안이 논의된 배경이다. 지금은 둘 이상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부모에게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데, 이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만큼 의미 있는 혜택이 아니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회의에 참석한 정인영 국민연금연구 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것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요인 때문이어서 출산율 하락만으로 출산 크레디트의 효과가 없다고 평가할 순 없다”면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출산 크레디트 확충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출산 크레디트 제도의 가장 큰 ‘구멍’은 아이를 둘 이상 낳아야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자녀가 한 명일 때는 출산 크레디트를 받을 수 없다. 요즘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에 불과했다.아이를 두 명 이상 낳는 부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에 태어난 아이 중 둘째의 비율은 29.7%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셋째 아이 비중(6.4%)도 1년 전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첫째 아이 비율만 63.8%로 2.1%포인트 증가했다.
혜택 기간도 짧아
자녀가 두 명 이상일 때 인정하는 크레디트 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둘째 출산 시 추가로 인정되는 가입기간은 12개월이다. 셋째 이상은 자녀 한 명당 18개월씩 더해 최대 50개월이 인정된다. 국민연금에 40년간 돈을 부은 가입자가 아이를 세 명 뒀다면 30개월(둘째 12개월+셋째 18개월)의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아 42.5년간 가입한 걸로 간주된다. 그만큼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는 것이다.추가로 인정하는 기간이 별로 길지 않고, 늘어나는 연금 수령액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아이가 둘인 부부가 추가로 받는 국민연금은 월 2만6210원(2019년 수급 기준)으로, 연간 31만4520원이다.다른 선진국은 자녀 출산 시 연금 가입을 추가로 인정하는 기간이 길다. 스웨덴과 독일은 자녀 한 명당 각각 4년, 3년을 쳐준다. 일본은 자녀당 최장 3년(육아휴직 기간)을 인정한다.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는 60대가 돼서야 혜택을 볼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출산 직후가 아니라 연금을 받을 때(올해 만 63세, 2033년부터 만 65세)가 돼서야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낳아도 30년가량 지난 뒤에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체감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출산 부부가 출산 크레디트 정책 자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을 받는 데 필요한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한 가입자는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은 출산 후 아이를 키우는 시점부터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해준다. 출산 부부 입장에선 자녀 출산 즉시 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복지부는 재정계산위 논의를 토대로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정부의 최종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출산 크레디트를 확대하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출산 크레디트를 확대할 필요성은 있지만 예산실, 복지부 등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