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로 담아낸 사랑과 심장 그리고 생명…강리나 개인전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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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토포하우스 강리나 '아모르, 아모르'전20여년 전 강리나는 인기 배우였다. 관능적인 이미지를 발산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96년 돌연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배우 활동 일체를 접고나서는 붓을 잡았다. 강리나는 원래 화가가 되고 싶었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의 '아모르, 아모르'는 1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강리나의 개인전이다. 아모르는 사랑이라는 뜻이다.
전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하트'. 대부분의 그림에 하트가 수놓아져 있다. 강리나에게 하트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부모님 노릇을 해줬던 친오빠의 심근경색 수술을 겪으며 심장과 생명, 그리고 사랑을 모두 의미하는 하트에 애착을 갖게 됐다. 작업은 3년간 이어졌다. 코로나 유행과 함께 시작해 코로나 종식과 함께 마무리됐다. 강리나는 하트 작품들을 만들며 "전염병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자세로 작업했다"고 한다.전시작 중에서는 '마릴린 러브 하트'가 가장 눈길을 끈다. 붉은색 하트 위에 마릴린 먼로의 도상이 그려진 작품이다.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의 작품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림은 깔끔하거나 매끄럽지 않다. 그림 곳곳에 낙서가 가득하다. 의미 모를 숫자들의 낙서로 채워진 그림은 강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을 표현하는 듯 하다.'로켓 하트'에서는 물리학과 예술의 만남을 엿볼 수 있다. 금색 하트 뒤로는 로켓들과 함께 물리학 공식이 떠다닌다. 또다른 작품 '대니 보이'에서도 커다란 로켓 뒤로 공식이 가득하다. 로켓은 작가에게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존재다.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벗어던지고 미술에 뛰어들었을 때, 강리나는 '나를 지켜주는 도구'라는 의미로 미사일을 작품에 새겼다.그림 뒤에 새겨진 물리학 공식을 두고 강리나는 "가장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 물리학 공식에서 예술을 느꼈다고 했다. "공식와 숫자의 조합이 나에게 힘을 준다는 믿음이 생기더라구요." 그는 작업을 할 때 물리학의 각종 이론을 풀어놓은 해제집을 부적처럼 갖고 다니기도 했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