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큰 집 이사갑니다"…343% 폭등하자 개미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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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수요예측 참패 설움 딛고 주가 급등"루니콘(루닛+유니콘) 덕에 큰 집으로 이사갈 수 있을 것 같아요."(루닛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바이사이드' 조회 종목 선두…'루니콘' 별명까지 얻어
작년 10월부터 줄곧 우상향
올 들어선 181% 급등
의료 인공지능(AI) 진단기업인 루닛의 주가가 거침 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루닛의 종목 토론방에는 '수익 인증글'들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다. 작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당시만 해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굴욕을 맛봤던 루닛이 약 1년여 만에 '반전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최근 2주간 발표된 종목 보고서 중 '바이 사이드'(자금을 직접 투자하고 운용하는 주체)가 가장 많이 보고서를 열람한 종목은 '루닛'으로 집계됐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이 쓴 '지금도 바겐세일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전일 종가보다 63% 높은 13만7000원을 목표가로 제시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냈다.
루닛은 이처럼 연기금과 보험사,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상장 당시만 해도 외면받았다. 루닛은 작년 7월 상장 전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밴드(4만4000~4만9000원) 하단보다 32% 낮은 3만원으로 결정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부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상장 이후 게걸음을 거듭해온 루닛의 주가는 작년 10월부터 우상향 추세로 전환했다.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볼 때 주가는 올 들어서만 약 181% 올랐다. 상장 이후 저점(1만8900원)을 기록한 작년 10월 13일 대비로는 무려 343% 폭등했다. 전일 종가 기준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341억원으로, 국내 헬스케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에 '루닛'을 합친 '루니콘'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기관들의 외면을 받던 종목이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등 분위기가 급반전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AI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 기대감'이 공통분모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등을 통한 비대면 가속화, AI기술 발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주는 연초부터 동반 급등했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만들겠다"며 혁신의료기기 시장의 규제 완화를 예고한 만큼 사업 환경이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 여기에 루닛의 핵심 사업인 '진단 보조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단 점도 투자매력을 높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글로벌 시장에서 낼 성과를 두고서 시장이 미리 후한 점수를 준 영향도 있다. 루닛의 사업은 크게 진단 보조 서비스인 '루닛 인사이트'와 항암제 바이오마커인 '루닛 스코프'로 나된다. 이 가운데 루닛 인사이트는 GE와 필립스, 홀로직 등 글로벌 대형 영상진단 기업들과 제휴를 맺었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로 수출 지원책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새 정부 규제 완화기조로 루닛 인사이트의 국내 수가 획득이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규제 완화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니다.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루닛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3억원 적자가 났지만, 작년 같은 기간 134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전체 매출액 139억원의 79%를 이번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며 "호실적의 배경은 글로벌 사업 확장의 성장세로 분석된다. 주요 매출원인 '루닛 인사이트'를 도입한 해외기관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루닛이 2019년 제품을 내놓은 뒤로 3년 6개월 만에 이를 도입한 기관이 2000곳을 넘었고, 이 중 80% 이상이 해외 기관이다.
글로벌 지수 편입도 주가엔 희소식이다. 루닛은 최근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 스몰캡(소형주) 지수에 새로 편입됐다. MSCI는 전 세계를 대상의 글로벌 펀드의 주요지표로 추종되고 있어서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통상 시장에서 '지수 신규 편입'은 해당 종목의 수급을 호전시키는 호재로 받아들인다.깜짝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인 72억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예상을 크게 벗어난 실적을 내놓은 뒤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 상승률이 무려 180% 수준이다. 이에 반도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 클럽'에도 가입했다. 이런 가운데 루닛 등 AI 기술 활용기업들은 AI 붐에 일찍이 가담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엔비디아의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김민정 연구원은 "일반적인 신약개발 회사들은 신약이 출시된 뒤 발생할 매출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루닛도 마찬가지로 미래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의 상업용 매출이 모두 궤도에 오르는 시점은 2027년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재원 연구원은 "최근 루닛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글로벌 비교기업들 대비 저평가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