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급 재난문자와 안보 불감증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시에 방문했을 때 인상적인 광경이 M16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10대 여군들이었다. 자연스럽게 거꾸로 멘 소총에 커피잔 들고 재잘재잘…. “딱 여고생 모습이죠? 하지만 쟤들 무섭습니다.” 현지 안내자는 이스라엘 여군의 전투훈련과 활약상을 실감 나게 전해줬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종종 비교된다. 나라 크기, 문화·역사 다 다르지만, 정보기술(IT) 기반 산업과 안보 현실에 공통점이 많다. ‘싸우면서 건설해온’ 성장사도 그렇다. 우리가 배울 점도 적지 않다. 가령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최첨단 방어망인 ‘아이언돔’을 잘 갖췄지만 공습경보가 울리면 시민들은 바로 대피소로 뛰어든다. 양국 모두 현존 최고 전투기인 F-35를 인도받을 정도로 미국과 밀접하다. 이스라엘은 이 스텔스기로 이란·이라크의 핵무기 시설을 때리며 당당하게 실전에 응용한다. 수조원을 들인 최고 성능 무기를 갖추면서 행여 북한이 보기라도 할까 쉬쉬하며 심야에 들여온 전 정부 행태와 비교된다.어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 서울시의 ‘위급 재난문자’로 뒷말이 많다. ‘오발령’ ‘서울시·행안부 엇박자’ ‘고장 난 국가경보망’ 등의 평가에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늘어진 안보의식을 보게 된다. 제대로 된 대응훈련이 오래 없었던 탓이 크다.

잠시였지만 과잉의 소란에 대상이 모호한 불평도 넘쳤다. 개중에는 ‘괜한 소동’으로 아침잠을 설쳤다는 푸념까지 보였다. 5분 내 미사일 도달 거리에서 9분이나 늦은 경위라도 따지면 또 모를까, 우리 모두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 북한 핵무기는 이미 실전배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어제도 전국 현에 시스템에 따른 긴급통보를 내렸고 오키나와에선 대피 명령도 있었다. 지난해 북한 중거리미사일이 영공을 지났을 때 일본 신문들은 호외를 냈고 철도도 멈췄다. 이따금 계산된 듯한 반응도 있지만 실제 원자폭탄을 맞은 나라의 공습 공포와 대응은 그만큼 실전적이다.

그간 북한 미사일 문제는 군만의 일이었다. 전 정부 5년간은 군조차 제대로 서지 못했다. 보름 전 6년 만에 민방위훈련이 있었지만 관공서·학교에 국한됐다. 이게 핵을 이고 사는 정전 상태 휴전국의 실상이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