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부터 AI 플랫폼까지 수직계열화…'엔비디아 생태계' 구축

엔비디아 대해부
(1) '압도적 1위' 질주 비결

세계 GPU시장 92% 장악
컴퓨팅 플랫폼 왕국으로 발전

엔비디아 SW 쓰지 않으면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
AI 프로그래밍 할 수 없어
"대체 기업 출현 불가능"
많은 사람이 엔비디아의 정체성에 대해 ‘반도체 기업’이라고 말한다. 엔비디아 임직원들에게 똑같이 물으면 다른 얘기가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업, 컴퓨팅 플랫폼 기업이라는 답이 대다수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AI 개발용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AI 서비스 플랫폼·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산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I 산업을 수직계열화하고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빨아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매출 급증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사업부는 크게 네 개로 나뉜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게이밍’, GPU와 메모리반도체 등을 조합해 AI 서비스용 서버·데이터센터를 판매하는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오토모티브’, 메타버스 디지털트윈(현실과 똑같은 가상공간) 등을 담당하는 ‘프로페셔널비주얼라이제이션’이다.
2024 회계연도 1분기(지난 2~4월)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사업부는 데이터센터다. 이 사업부의 매출은 42억8400만달러(약 5조6668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었다. 엔비디아의 간판 역할을 해온 게이밍 사업부(22억4000만달러)를 압도했다. 신사업으로 꼽히는 오토모티브 사업부 매출(2억9600만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114.5% 급증했다.

○AI 개발용 SW ‘쿠다’ 앞세워 록인 효과

데이터센터 사업부가 선전한 직접적인 원인은 고성능 GPU 판매 급증이다.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구동과 디지털 전환(DX)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장착하는 서버·데이터센터 시스템의 실적이 늘었다.

엔비디아 실적 증가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경쟁력에 기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프로그래밍을 위해 엔비디아의 SW와 플랫폼에 의존하다 보니 GPU나 서버도 엔비디아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표적인 게 엔비디아 전용 AI 프로그래밍 SW ‘쿠다(CUDA)’다. 엔비디아는 2006년 게임용으로 활용되던 GPU를 범용으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쿠다를 개발,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무료로 배포했다. 2010년대 초반 학술대회에서 쿠다를 사용한 연구진이 “AI 학습과 연산에 GPU가 중앙처리장치(CPU)보다 효율적”이라고 발표하면서 GPU는 AI의 필수재로 굳어졌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쿠다 사용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4000만 건에 달한다. 2022년에만 2500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코리아 관계자는 “정해진 일만 할 수 있었던 GPU를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바꾼 게 쿠다”라며 “과학자, 신약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의 엔지니어가 쿠다를 쓰면서 엔비디아 GPU의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대체 기업 출현 불가능”

강해진 SW 경쟁력은 주요 GPU 수요자인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못 빠져나오게 하고 있다. AI 학습 속도를 높이는 엔비디아 프로그램을 전 세계 1만5000개 스타트업, 4만 개 기업이 활용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엔비디아의 압도적인 AI용 GPU 점유율로 이어진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점유율은 92%로 경쟁사인 AMD(5%), 인텔(1%)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디지털트윈용 플랫폼 ‘옴니버스’,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용 플랫폼 ‘엔비디아 AI’ 등 다양한 AI 플랫폼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프로그램 등을 내놓고 있다. GPU, SW에 그치지 않고 AI 산업 전반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엔비디아는 GPU를 잘 만들 뿐만 아니라 GPU를 활용하는 SW 쿠다를 AI 프로그램 개발의 표준으로 만들었다”며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