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대수만 늘리다가…툭하면 고장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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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 8년…사고 82% 급증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3번 출구에서 서울 공공 자전거 대여 서비스 ‘따릉이’를 자주 이용하는 손경환 씨(33)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1000원을 내고 한 시간 대여권을 샀는데 주변 자전거 여덟 대가 모두 고장이었다. 그는 “자전거를 다시 찾아보느니 걸어가는 게 빠를 것 같아 대여권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4만대 넘는데 관리인력 238명
배송·안내 빼면 정비 고작 60명
잦아진 고장에 사고 빈발 '아찔'
배송 밀리며 수백 대 몰린 곳도
市, 만성적자에 인력 3년째 동결
서울 따릉이 이용 인구가 크게 늘면서 잦은 고장과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2015년 도입한 따릉이는 8년 만에 운행 대수 4만3500대로 약 여덟 배 늘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관리인력이 늘어난 운행 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리 소홀로 따릉이 관련 안전사고가 많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31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016년 5월 71명이던 서울 자전거 관리 인력은 지난 4월 말 238명으로 3.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따릉이 운행 대수는 5698대에서 4만3500대로 7.6배 증가했다. 직원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자전거가 80대 수준에서 182대로 늘어난 것이다. 현재 관리 인력은 △배송 136명 △정비 60명 △안내 42명 등이다.
배송 기사는 한 명당 약 320대의 따릉이를 배송·배치해야 한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예산 문제로 관련 직원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60명의 정비 기사가 자전거 4만3500대를 고치다 보니 사고도 잦아졌다. 2016년 대여 10만 건당 1.19건 수준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0만 건에 2.16건으로 81.5% 늘었다. 이용객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망원동에 사는 김민 씨(28)는 “자전거를 타던 중 안장이 갑자기 ‘훅’ 내려가서 쓰러진 적이 있다”며 “앱은 정상이라고 표시했지만 고장 난 자전거였다”고 했다.이용객끼리 브레이크 등 고장 확인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모씨(37)는 “2년 전 자전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크게 다칠 뻔했다”며 “잔고장이 많아 브레이크와 안장, 바퀴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따릉이 이용객이 겪는 주요 고장은 △단말기 통신 오류 △브레이크 고장 △안장·핸들 뒤틀림 △체인·페달 고장 등이다.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특정 지역에 따릉이가 수백 대 몰려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날 LG유플러스 서울 마곡사옥 앞에는 오전 9시가 되자 자전거 187대가 엉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뒤엉킨 따릉이 여섯 대가 도미노처럼 넘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따릉이가 쏠려 있는 곳에 배송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집중 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여전히 관리가 안 된다는 게 이용객들의 불만이다.정연도 강남공공자전거관리소 이수센터 반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추가로 하루 70대 정도의 따릉이를 옮기고 있다”며 “2~3년 전보다 업무가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업무량 증가로 매년 자전거 관리 인력 중 10여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매년 100억원이 넘는 운영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기업광고 유치와 요금 인상 등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여기에 올해 따릉이를 1500대 늘릴 예정이어서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따릉이 이용객이 대여소에 직접 반납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관 주도의 확장 방식은 한계가 왔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