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특혜채용 의혹 고위 간부 4명 수사 의뢰

경력채용 제도 폐지·대폭 축소
사무총장직 외부에 개방
노태악 "사퇴 의사 없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경기 과천 선관위 본청에서 열린 긴급위원회의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을 해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해당 간부들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또 자녀 채용 의혹의 시발점이 된 경력 채용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최근 미흡한 정보 보안 관리와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부정 승진 문제 등으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참담한 마음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선관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문제가 된 경력 채용 제도는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등으로 의혹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선관위는 5급 이상 전·현직 직원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에서 기존 6건 외에 4건의 자녀 채용 사례를 추가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총무과장 등 자녀 채용 의혹에 연루된 간부 4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2주간 이뤄진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 조사에서 이들 4명 모두 자녀의 경력직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사무처 수장인 사무총장직을 35년간의 내부 승진 관례를 깨고 외부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자녀 채용 의혹의 시발점이 된 경력 채용 제도는 폐지 또는 축소할 방침이다. 정무직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아울러 감사위는 간부 자녀 채용 과정에서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선관위 직원들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본인 거취와 관련, “현재로선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감사원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