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였어도 대피 못했다"…9분 늦은 경계경보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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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32분 경계경보 발령됐는데31일 북한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오발령된 서울시의 경계경보 및 재난문자가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경계경보 발령을 알린 문자는 실제 발령 시각보다 9분이나 늦었으며, 문자에는 대피 이유와 방법 등이 담기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시 6시 41분 경계경보 문자
시민들 "진짜였어도 대피 못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41분(이하 오전) 시민들에게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경계경보 발령 시각은 6시 32분이었는데, 9분이나 늦은 시각에 문자를 보낸 것이다. 경계경보 사이렌의 경우 6시 32분 서울 일대에 1분간 정상적으로 울렸다.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은 22분 뒤 행정안전부에 의해 오발령으로 정정됐다. 행안부는 7시 3분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정정 문자를 위급 재난 문자로 발송했다.
출근을 해야 하는지, 대피를 해야 하는지 발만 동동 구르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재난문자가 경계경보 발령 시각보다 9분 늦은 점, 문자에 대피 이유, 방법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점을 시민들은 집중적으로 질타했다.서울시에 거주 중인 30대 유모씨는 "서울에 경계경보가 실제 상황으로 6시 32분에 발령됐다고 치더라도 문자가 9분이나 늦어지는 게 말이 되냐"며 "실제 상황이었어도 9분 늦었으면 제시간에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 책임자들과 담당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이모씨는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기절초풍했는데, 문자에는 대피 이유도 없고 방법도 없고 대피 준비하라고만 보내놔서 더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서울시는 오발령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하면서도 아직 문자 발송이 늦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방송을 수신했다"며 "이에 따라 서울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1발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 서쪽으로 60여km에 위치한 섬이다. 군은 떨어진 발사체의 잔해를 수거해 성능, 기술 수준, 외국 부품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북한 군사우주개발국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해명에 착수한다"며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