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늦게 대피 문자…"그런데 어디로?" 시민 어리둥절

경계경보→오발령 안내→경보 해제…당국 엇박자에 혼란
"앞으로 재난문자 못 믿겠다" "민방위 방송이 행상만도 못해"
사건팀 = 서울시가 아침부터 시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는 내용의 경계경보를 내면서 출근을 준비하던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을 알린 뒤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며 서울시가 추가로 알림을 보내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시민들은 질타했다.

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41분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 경계경보 발령 직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탓에 긴장감이 고조됐다.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면서 네이버 모바일 버전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행안부가 22분 뒤인 오전 7시3분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는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됐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던 배모(36)씨는 "발사체 때문인가 싶다가도 알림에 내용이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불안을 조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역에서 만난 박윤국(33)씨는 "아무런 내용 없이 '대피하세요'만 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다"며 "빨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했으면 좋겠다.

내용을 알아야 적절히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민들은 하필이면 출근시간 재난문자가 온 탓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지둥했다며 서울시의 섣부른 경계경보 발령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출근 준비를 하던 김모(46)씨는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에 자고 있던 아이를 깨웠는데 오발령이라는 문자가 와 황당했다"며 "상황을 이해 못 하는 아이를 달래느라 출근도 제때 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37)씨 역시 "갑작스러운 경보에 TV를 틀고 진짜 재난상황인지 체크하면서 '회사를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수만 가지를 고민했다"며 "오발령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오전 7시25분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면서 시민들이 다시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서울시가 경계경보라고 했다가 행안부가 오발령이라고 했다가 다시 북한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탓에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계경보 발령', 행안부 '오발령 안내', 서울시 '경계경보 해제'가 차례로 이어지면서 당국이 엇박자를 낸데다 대피를 알리는 안내 역시 허술하고 빠르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터넷 뉴스에는 "32분에 발사한다고 해놓고 42분에 경보를 주면 이미 다 죽은 다음에 경보 울리겠네", "아니 뭣 때문에 대피인지는 말해줘야지" 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수험생 김경환(27)씨 역시 "정정 알림이 20분 걸리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서울 은평구 구산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있던 심모(43)씨는 "장소도 모르는데 무조건 대피하라고만 하니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오발령 문자를 받은 뒤에는 이게 웬 난리인가 싶었다.

앞으로 비슷한 문자를 받아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사는 이모 씨는 "재난문자에 사이렌까지 울려서 옷과 물만 챙겨서 집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어디로 대피할지도 몰라 길거리에 서 있더라"며 "갑자기 민방위 방송이 나오는데 트럭 과일 장수나 따끈따끈한 순두부 판다는 방송만도 못한 수준이어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더라"고 분개했다.그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고 근처에 있는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로 보였다"며 "민방위 방송설비 점검과 담당자 교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