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의 화수분 KIA, 이번에는 새내기 파이어볼러 곽도규

왼손 투수 곽도규(19)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시속 150㎞에 가까운 광속구를 잇달아 뿌리자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의 관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시속 152㎞가 찍히자 경탄은 절정에 달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용택 KBSN 해설위원도 무척 놀라며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다.

KIA의 마운드는 좌완의 마르지 않는 샘물로 변모했다.

'대투수' 양현종을 필두로 이의리, 윤영철이 사실상의 선발진 1∼3 펀치로 활약 중이며, 불펜에서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최지민과 이준영이 필승 계투조로 든든하게 떠받친다. 여기에 데뷔 6년 차 김유신도 있다.

2군에 간 김기훈과 김대유를 합치면 KIA는 전원 왼손 투수로만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막강한 좌완 왕국을 구축했다.

왼손 풍년에 새내기 곽도규도 존재감을 알렸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42번째로 KIA에 지명된 곽도규는 정규리그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프로 첫 시즌을 1군에서 출발했다.

두 경기에서 1⅔이닝 동안 3실점 하며 쓴맛을 본 곽도규는 4월 1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한 달 보름간 머문 2군에서 전혀 달라진 투수가 돼 돌아왔다.

그는 퓨처스(2군)리그 11경기에 등판해 3승, 1세이브와 1홀드에 평균자책점 0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김종국 KIA 감독이 베테랑 김대유를 2군에 보내고 5월 31일 곽도규를 1군에 불러올린 배경이다.

곽도규는 팀이 7-1로 앞선 8회초 등판해 1이닝 동안 투심 패스트볼만 14개를 던졌다.

김민혁의 머리 위로 던진 볼 1개만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났을 뿐 왼손 타자의 바깥쪽 모서리 존을 강하고 빠르게 찌른 제구가 일품이었다.

볼 끝 변화가 심한 곽도규의 투심에 이호연과 대타 오윤석은 삼진을 당했다.

공을 최대한 숨겨 역동적으로 던지는 자세는 왼손 파이어볼러인 이혜천(전 두산 베어스)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평균 구속은 시속 147.7㎞에 달했다.

더그아웃에서 곽도규의 패기 넘치는 투구를 지켜 본 양현종은 갈채를 보내며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후배를 응원했다.

윤영철이 앞에서 끌고 곽도규가 뒤에서 미는 KIA 마운드에는 활력이 넘친다. 전신 해태 타이거즈가 투타 모두 오른손 세상이었다면, 지금의 KIA 타이거즈에서는 왼손이 타선과 마운드의 중심을 잡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