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상 "세계가 우리 콘텐츠 원해…'일무'도 링컨센터서 공연"[인터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인터뷰
'대관 중심 운영'에서 '제작 극장'으로 전환
'싱크넥스트' 관객층 확대 시도
"전세계가 한국 콘텐츠 원하고 있어"
미국 뉴욕 링컨센터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시설이다. 다음달 20일부터 사흘간 이곳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직접 제작한 무용 공연 ‘일무’가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일무는 우리 전통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화한 무용이다. 공연이 이뤄지는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H.코크 시어터는 뉴욕시립발레단 전용극장으로 2500여석을 자랑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자체적으로 만든 공연이 해외 주요 극장의 시즌 공연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 극장’으로의 길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취임한 안 사장은 대관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제작 극장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뜻을 줄곧 강조해왔다. 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해 서울시합창단·뮤지컬단·극단·오페라단·국악관현악단 등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9개 예술단체가 제작한 작품을 중심으로 연간 시즌 공연을 구성해 자력으로 무대를 채우겠다는 얘기다.
“러시아 볼쇼이 극장이나 영국의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대부분 세계 주요 극장들은 소속 발레단이나 오페라단 등으로 연간 시즌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극장들은 제작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직접 만드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고 나머지는 외부 상업 공연에 대관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어요. 순수 예술단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공연을 많이 만들어서 관객과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사장의 뜻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 준 공연이 바로 일무다. 서울시무용단과 패션디자이너 출신 정구호 연출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으로 칼같은 군무로 화제가 됐다.안 사장은 “정구호 디자이너의 현대 미학적 감각에 무게감을 지닌 전통 소재가 어우러지면 예술적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단 생각에 기획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궁금해하고 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작극장으로서 관객 친화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우리 고유의 콘텐츠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무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은 지난 3월 재연에서 6회 분량이나 매진됐다. 지난 3월과 4월 개막한 서울시오페라단의 ‘마술피리’와 서울시극단의 ‘키스’도 매진 회차가 줄을 이었다. 안 사장은 “관객들의 호응을 지속적으로 얻어 계속해서 무대를 올릴 수 있는 ‘레퍼토리 공연’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여름 시즌 공연 ‘싱크넥스트’에는 동시대를 선도하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강화했다. 올해는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 앨범의 프로듀서 250과 춤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서 모니카 등이 무대에 선다.안 사장은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통해 우리 극장을 접한 관객들이 다른 공연에도 관심을 가져다주고 세종문화회관 변화의 에너지를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충성 고객군을 두텁게 하기 위해 관객 수요 데이터를 분석하는 ‘공연DX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하드웨어 부문의 변화도 추진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028년 개관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대극장을 오페라나 발레 등 대형 순수 예술 공연에 적합한 무대로 만들고, 체임버홀이 있는 별관을 전면 개축해 1800석 규모의 대형 클래식 콘서트홀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여의도공원에 건립을 추진 중인 ‘제2세종문화회관’은 뮤지컬이나 대중음악 공연장, 국제 아트페어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안 사장은 “극장이 수준 높은 무대와 시설을 갖춰야 작품이 더욱 빛날 수 있다”며 “좋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극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사진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