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해진 중·러…中, 블라디보스토크항 자국 항구처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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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밀착하는 중·러
러시아 동부로 몰리는 물동량 소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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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린성은 지난달 4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은 자국 지역 간 교역에 사용하는 항구로, 러시아는 이런 교역에 관세와 수출입 관련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린성의 식량과 석탄 등을 지린성 훈춘 국경 검문소를 거쳐 200㎞ 이내 거리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선박으로 중국 남쪽 지방에 수송할 수 있다. 지린성은 그동안 남방 물자 운송에 1000㎞가량 떨어진 다롄 등 랴오닝성에 있는 항구를 이용했다. 이번 조치로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이미 2007년부터 동북 지역 중 지린성 북쪽에 있는 헤이룽장성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 지방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을 추가로 승인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립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두 나라는 이번 조치로 낙후한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 지역의 경제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내 물류가 동쪽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극동 물류 거점인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추가로 늘어나는 운송 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작년 9~12월 블라디보스토크항 물류 적체로 화물선들이 상업 터미널 인근 해역에서 하역을 위해 2주가량 대기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극동 지역 국경 검문소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러시아 당국도 늘어나는 물류를 감당하기 위해 시설 확장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항 상업 터미널은 지난 4월 1만3500㎡가량의 새 컨테이너 부지를 마련해 컨테이너 1000개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방안들 덕에 블라디보스토크항 등 러시아 극동 지역 항구들에서 선박 하역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일 정도로 이전보다 단축됐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컨테이너 보관 부지를 20% 더 늘리고, 하역 등에 필요한 장비도 2025년까지 170대 이상 구매할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극동 지역 차량·철도 국경 검문소를 새로 짓거나 현대화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