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성적 유출 더 있는데…수사 시작도 안 된 이유는

경찰 "수사 의뢰 없었다"…교육당국, 수사 의뢰 주체 두고 혼선
경찰, 작년 10월 이후 유출 건만 수사결과 발표…이전에도 4건 유출 확인

지난해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 유출 사건이 주범인 10대 해커와 유포자 등이 경찰에 검거되는 것으로 일단락났지만 그 이전에 발생한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과 경찰 등 관계기관의 엇박자 속에 수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1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입)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학생 A씨를 지난달 26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월 18일 경기도교육청 학력평가시스템 서버에 불법 침입해 지난해 11월 치러진 학력평가 고등학교 2학년 성적 정보를 탈취한 뒤 텔레그램 '핑프방' 운영자 B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핑프방은 수험 정보를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채널 참여자가 1만8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이 자료를 핑프방에 유포했고, 이후 고2 학생들의 성적 정보 27만여 건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A씨는 이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간 200여차례에 걸쳐 해외 IP로 우회해 경기도교육청 서버에 침입하고, 100회가량 자료를 불법 다운로드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해킹을 통해 탈취한 자료 중에는 지난해 4월 치러진 학력평가 고등학교 3학년 성적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2 학생들의 성적 정보가 유포된 다음 날 해당 시험을 주관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해당 사건 수사에 나서 A씨와 B씨 등 9명을 검거하는 것으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올해 4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19년 4월·11월, 2021년 4월·11월 등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또 다른 4차례의 학력평가 성적 자료도 유출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2 학생들의 성적 정보 유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19년과 2021년 학력평가 성적 자료 유출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나 고발이 접수되지 않아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나 고발이 없어도 범죄를 인지하고 단서가 있으면 수사할 수 있지만 교육 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침입 IP(인터넷 프로토콜)나 탈취된 파일이 무엇인지 등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고, 이에 경찰은 작년 학력평가 성적 자료 유출 사건에 집중했다"며 "지금이라도 수사 의뢰나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피해 사실을 자체 조사로 밝혀낸 교육부는 수사 협조 차원에서 경찰에 조사 결과를 제공했지만, 수사 의뢰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의뢰나 고발은 당사자인 경기도교육청이 하는 게 맞기 때문에 교육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교육부가 경찰에 조사 결과를 제공한 사실을 공문을 통해 우리 쪽에 알리며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해서 도 교육청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추가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피해 사실을 통보하고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이를 알리는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를 두고 교육부와 도 교육청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늘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