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주가조작 사태 책임 통감…근절에 총력"
입력
수정
지면A14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1년 간담회“(지난 1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A, B는 아니고 C+ 정도 받은 것 같다.”
의심스런 투자설명회 열리면
금감원 직원이 직접 찾아갈 것
DSR 등 가계대출 규제도 유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엔 말 아껴
오는 7일 취임 1년을 맞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상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으로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금융회사 내부의 탈법 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원장은 “과거 경험이 있으니까 불공정거래 등 이슈는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렇게 쉽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해서 진심으로 반성했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불공정거래를 엄단할 수 있는 법 제도와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도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폰지 사기 등 목적의) 투자 설명회를 한다고 하면 과거에는 이를 통해 피해를 본 피해자가 당국에 제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사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 투자 설명회가 열릴 때마다 금감원 직원이 직접 찾아가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온라인상에서 (범죄가 의심되는) 내용이 많이 유포되는 경우에도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자체 조사를 시작하는 등 보다 입체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초중순께 동남아시아 출장을 다녀온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해외 투자자나 현지 감독당국과 조율해온 일정이다 보니 갑작스럽게 취소하기 어려웠다”며 “출장 직전 주범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보고받는 등 현지에서도 관련 현안을 지속적으로 챙겼다”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삼천리 다우데이타 등의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라덕연 전 H투자자문 대표 등 주범들을 이 원장이 출장 중이던 지난달 9일 전격 체포했다. 지난 4월 24일 관련 종목이 폭락하면서 사태가 불거진 지 보름여 만이다.이 원장은 “한국 금융시장을 높이 평가하지만 규제 리스크 등을 이유로 투자를 망설이는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관치 우려를 불식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과 상호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원장은 “인도네시아엔 우리 금융회사가 많이 진출해 있는데 예를 들어 KB금융지주만 해도 작년에만 1조원을 투자했다”며 “그럼에도 인허가 문제가 풀리지 않아 여전히 애를 먹고 있고 담당 국장이 은행장조차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서 관 대 관으로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마헨드라 시레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OJK)을 만나 올 하반기부터 직원의 상호 파견 근무에 합의하는 등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를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큰 틀을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말한 대로)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나 역전세 해소 등을 위한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는 “금융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향후 1년간 금감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속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