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엔비디아, 매출 33% R&D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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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대해부“엔비디아 최고위 임원들은 연구개발(R&D)과 기술 전략 수립에 시간을 씁니다. 관리가 주요 업무인 한국 기업의 임원들과 다른 점이죠.” (엔비디아 본사의 한 엔지니어)
(2) '기술 중시' 조직문화
인력의 75%가 연구개발 담당
수차례 실패해도 도전 기회 제공
3년 이상 계약으로 핵심 임원 영입
관리보다 중장기 기술전략 맡겨
연봉 최대 20% 주식으로 지급
직원들에 "내 회사" 인식 심어줘
엔비디아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강점에 관해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기술 중시 문화’를 꼽았다. 최고위 임원들에게 3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에 주력할 기회를 주는 게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큰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이를 실천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기술 투자가 경쟁력의 근원
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4분기(2022년 11월~2023년 1월) R&D에 19억5200만달러(약 2조5700억원)를 투자했다. 분기 매출(60억5100만달러)의 32.2%에 달하는 큰돈이다. 직전 분기에도 매출의 32.8%에 달하는 자금을 기술 개발에 썼다. 삼성전자(10.3%·2023년 1분기), 퀄컴(23.8%·2023회계연도 1분기) 같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치다.회사를 이끄는 것도 R&D 인력들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엔비디아의 R&D 인력은 1만9532명이다. 전 세계 엔비디아 임직원 2만6196명의 75%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를 지향하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주가 오르면 직원 자산도 증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업적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도 엔비디아가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시가총액 기준)로 성장하게 된 비결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매년 연봉의 10~20%를 추가로 주식으로 주는 보상제도다. 강력한 보상을 통해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것이다. 엔비디아 본사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해 주가가 오르면 임직원의 자산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라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내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임원급을 외부에서 데려올 때 살피는 중요한 요건도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사고’라고 한다. 엔비디아 본사의 한 엔지니어는 “장기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고, 몇 번 실패하더라도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다시 기회를 준다”며 “임원들과 1~2년 단기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서 이기주의 탈피
회사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개인의 팀 이동도 다른 회사보다 어렵지 않다고 엔비디아 사람들은 말한다. 사내에서 ‘원팀 스피릿’이라고 불리는 문화의 영향이다. 한국 대기업에선 직원의 부서 이동을 상급자가 막는 사례가 많지만, 엔비디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엔비디아 관계자는 “팀원이 부서 이동을 원하면 최대한 도와주라는 게 CEO의 지시 사항”이라며 “부서 단위 조직의 이익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원팀’ 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엔비디아에선 인사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승진과 보직 변경이 수시로 일어나고, 이때 중요한 건 ‘능력’이다. 위기에도 해고가 잦지 않고 자유로운 근무 시간을 장려하는 것도 엔비디아 조직 문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조직 문화는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만들어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3개월에 한 번씩 ‘올 핸즈 미팅’을 통해 회사의 핵심 전략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이때 잊지 않고 언급하는 게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직원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