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의 영원한 집'…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 상설전시장 개장(종합)

동생 권경숙 여사 "동선동 아틀리에에서 50분 거리를 50년 걸려 왔다"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 작고 5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에 권진규 상설전시장을 마련하고 1일부터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을 연다.

상설전시장 개설은 2021년 사단법인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141점을 기증할 당시 상설전시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상설전 제목인 '권진규의 영원한 집'은 권진규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영원성'과 '영원히 계속되는 전시'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상설전시장 개장으로 권진규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소개되고 연구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동생인 권경숙 여사 등 유족은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술관 건립을 조건으로 한 기업에 작품을 일괄 양도했다가 갈등이 빚어져 소송 끝에 작품을 되찾은 뒤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했다. 상설 전시 공간 마련에는 무엇보다도 일본까지 건너가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등 작가의 작품을 모으고 보존하는데 힘쓴 권 여사의 노력이 있었다.

올해 96세인 권경숙 여사는 전시 개막식에서 "(서울 성북구) 동선동 권진규아틀리에에서 이곳 권진규의 영원한 집까지 50분 거리인데 이 길을 꼬박 50년이라는 세월을 걸려서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진규 오빠, 이제 새로운 집에 왔다"고 인사했다. 미술관은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해 정기적으로 상설전 작품과 자료를 일부 또는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2년마다 상설전을 개최할 것"이라면서 "이로써 남서울미술관이 권진규의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는 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설전에서는 권진규가 작업에 정진했던 일본 도쿄 무사시노(武藏野) 미술학교 시기(1949∼1956)와 서울 아틀리에(1959∼1973) 시기로 시대를 나누고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내면', '영감(레퍼런스)', '인연', '귀의' 등 7개 소주제로 유족 기증작과 미술관이 구입한 작품 26점과 자료 88점을 선보인다.
전시작 대부분은 지난해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노실의 천사'전에 출품됐던 작품들이다.

자소상 1점과 불상 2점, 권진규의 아내였던 오기노 도모의 두상 등 4점이 이번 전시에서 새로 소개되며 영인본으로 제작한 작가의 드로잉북과 각종 자료 사진, 권경숙 여사가 말하는 '나의 오빠, 권진규' 영상도 볼 수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유족이 진행하는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에는 권진규의 조카인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가 도슨트를, 둘째 주와 넷째 주에는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가 도슨트와 특강을 맡는다.

이달 24일에는 명필름에서 제작 중인 권진규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의 민환기 감독이 강연한다. 무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