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기업, 2만1000명 현장 면접…"다음달부터 출근하래요"

고졸인재 채용 박람회 폐막

현역 군인·중학생 학부모 등
이틀간 3만5000명 다녀가

기업들 "교사 명함 50개 받아
실습학교 40곳 이상으로 늘릴 것"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고졸인재 채용 엑스포’를 찾은 학생들이 하나은행 부스에서 채용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엑스포에는 134개 기업과 학생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김범준 기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상세한 직무 정보를 아이들에게 지도할 수 있겠어요. 기업 하나하나 알아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엑스포에서 한번에 모아 보니 편리합니다.”

정남순 은평메디텍고 취업지원관은 1일 아침부터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023 고졸인재 채용 엑스포’를 찾았다. KT씨에스 부스 담당자와 마주 앉아 학생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쏟아냈다. 답을 받아적은 종이는 금세 가득 찼다.국내 최대 고졸인재 채용 박람회인 이번 행사에는 이틀간 3만5000명이 다녀갔다. 현장에서 이력서를 내거나 면접을 본 학생만 2만1000명에 달한다. 현장 채용을 한 기업(56곳) 가운데 일부는 이르면 이달 최종 합격자를 통보할 예정이다.

국군 장병 1000명 ‘북적’

이틀간 학생만큼 존재감이 컸던 방문객은 현역 군인이었다. 1000명 넘는 장병이 ‘구직청원 휴가제도’를 통해 행사장을 찾았다. 특성화고 출신 군인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 방문한 사례가 많았다. HD현대중공업 협력사인 도현테크는 젊은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군 제대(예정자) 환영’ 문구를 부스 전면에 내걸었다. 강원 인제군에서 군 복무 중인 구동학 씨(21)는 “전역 후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차로 3시간이 넘게 걸려 왔다”며 “노력하면 관리직까지 갈 수 있다고 해서 면접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직업교육을 제공하는 SK뉴스쿨도 장병들로 북적였다. SK뉴스쿨은 조리과·카페베이커리과·MD과·정보보안과·자동차판금도장과 등 5개 학과 총 80명을 모집한다. 최근 3개년 평균 취업률은 96%에 달한다.

취업률 높은 특성화고에 학부모 발길

박람회는 특성화고 교사들과 기업의 연결통로가 됐다. 행사장에 방문한 고교 교사들은 기업 부스를 찾아 명함을 내밀고 학생들의 현장 실습 등 협력을 제안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받은 학교 선생님들 명함이 40~50개나 된다”며 “올해 특성화고로부터 실습 학생들을 받는 ‘산학실습’ 규모를 기존 28개교에서 40개교로 늘리려고 했는데, 이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업률이 높은 특성화고 부스에는 중학생 학부모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국외식과학고는 6년 연속 경기도 내 특성화고 취업률 1위를 기록한 학교다. 이 학교 배장훈 취업진로부장은 “높은 취업률의 배경에는 양질의 멘토링과 현장 실무 경험이 있다”고 귀띔했다. 한양공업고의 이규리 취업특성화부서 교사는 “올해 4월 기준 복교생은 전원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일과 공부 동시에” 폴리텍대 인기

학업과 직무를 병행할 수 있는 폴리텍대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폴리텍대는 기간 산업·신성장 산업의 핵심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능대학이다. 취업 후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고숙련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이 있어 능력을 키우려는 학생들에게 인기다. 문홍순 폴리텍대 전략홍보실 차장은 “반도체 관련 기술 취득과 관련해 질문하는 학생, 학부모가 많았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은 전공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채용 엑스포를 찾은 학생들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나타냈다. 자율주행 로봇 체험 부스를 방문한 최윤서 양(경화여자잉글리시비즈니스고 3학년)은 “회계를 전공하면서 한번도 체험해본 적 없는 첨단 기술을 경험하고 다른 산업 분야를 접해 보니 진로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혜인/안정훈/오유림/최해련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