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타트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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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단체의 대표로 일하다 보니 창업자 개인 관련 질문도 많이 받는다. 훌륭한 창업자는 누가 있는지, 그들이 원래부터 뛰어났는지 등이다. 그러면 나는 “젊지만 존경할 만한 창업자가 많고, 처음부터 뛰어났는지는 만난 시기가 달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그 창업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더 훌륭해졌다”고 대답하는 편이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창업자가 뛰어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인지, 성공했기 때문에 창업자가 뛰어나 보이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스타트업이니 창업자의 역할은 얼마나 결정적일까 하는 호기심이다. 분명한 것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만큼 창업자도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그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창업자라면 창업 시점에 얼마나 뛰어났는지와 관계없이 현재는 능력이 크게 성장한 창업가라고 할 수 있다.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고, 소수의 인력에서 출발해 남들과 다르게 혁신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구성원도 빠르게 성장해야만 한다는 뜻이고, 초기일수록 창업자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압축성장은 곧 구성원의 압축성장이기도 하다.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성장에 걸림돌이 되면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야 하거나 실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혼자 개발업무를 전담하던 초기 멤버가 있는데 회사가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고 성장해 5년 만에 개발자가 수백 명인 조직으로 커졌다고 가정해보자. 그 초기 멤버는 수백 명의 개발자를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개발자 커리어로는 20년 이상이 걸릴 일을, 그 개발자가 미친 듯이 빠르게 성장해서 해내지 못한다면 스타트업은 결국 역량 있는 CTO를 새로 구해야 할 것이다.개발자뿐 아니라 어떤 직군이든 마찬가지다. 그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1000명 이상으로 성장한 조직의 리더답게 그 자신도 충분히 성장했어야만 한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개인의 성장 속도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뛰어들어 견디고 생존해낸다면 개인의 역량 역시 크게 자라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역량은 성장했는데도 스타트업이 결국 실패한다면? 그렇게 성장한 인재는 경쟁사에서 가장 먼저 탐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