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왜 자꾸 교외로 나갈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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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매장, 편리한 쇼핑환경 제공…임대료 싸고 집객 효과적
최근 트렌드 '하이퍼로컬'인 슬세권과는 반대 개념
2019년 당시 폐점했던 서울 시내 유니클로 매장. / 사진=한경DB
2019년 7월 일본총리인 아베신조가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통제조치를 취하자 한국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납니다. 인터넷 상에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일본기업들의 목록을 만들어 배포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일본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는데 유니클로도 그 대상이었습니다. 2015년 1조원을 넘어섰던 매출은 반으로 줄어들었고 200개에 육박했던 국내 매장은 2020년 123곳으로 축소됐습니다.

고전하던 유니클로는 3년간의 체질개선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합니다. 2022년 회계연도(2021년9월~2022년8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0% 넘게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매장의 구조조정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비주류매장을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며 비용을 절감했습니다.대표적인 고비용 점포인 서울 명동점과 강남점, 홍대점을 철수했습니다. 반면 폐점하는 와중에도 수익이 예상되는 위치에는 전략적으로 매장을 오픈합니다. 교외형 매장이 대표적입니다. 늘어나는 3개 매장 중 2곳이 교외형 매장입니다.

이렇게 교외형 매장을 늘리는 이유는 다양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주차시설과 넓은 매장을 완비해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로 인해 고객들의 대량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교외형 매장은 지역사회와 공생발전에도 힘쓰고 있어 지역민들의 호응 또한 좋다고 합니다. 물론 교외형 매장에 무턱대고 출점하지는 않습니다. 교통의 요지로 꼽히는 지역이 대상입니다. 접근성이 좋아 인근 지역의 주민들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 경주 매장 전경./사진=유니클로 제공
유니클로의 교외형 매장은 하나의 개발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업시설의 개발에는 테넌트믹스(Tenant Mix)가 중요합니다. 최적의 업종, 업태를 선택해 계획한 규모와 위치에 적정하게 배치하는 노하우입니다. 그 중에서도 키테넌트(Key Tenant)는 상업시설의 중심적 존재 즉 핵심점포를 의미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서점과 영화관 등인데 키테넌트들은 입점만으로도 지역 및 광역수요를 흡수하는 상권력을 갖습니다. 이런 키테넌트들이 있으면 다른 매장도 자연스럽게 방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임차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수백평 규모로 추진되는 유니클로의 입점으로 인해 사업대상지는 집객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집객효과가 큰 키테넌트는 원가 또는 그 이하의 개발비용만을 부담하면서 입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 매장에 비해 매우 비용 효율적입니다. 최근 SPA브랜드들은 통합매장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라이프스타일숍과 결합합니다.

유니클로는 이 같은 교외형 매장을 전세계로 확대하는 계획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페 말고도 휴식할 수 있는 잔디공간, 어린이놀이터 등도 설치되어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매장을 지향합니다. 체류시간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제품구매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니클로의 교외형 매장은 최근의 소비추세와는 맞지 않습니다. 슬세권으로 알려진 하이퍼로컬(Hyper Local)과는 반대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대표적인 로컬 가게인 편의점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 요즘, 도심을 벗어나는 매장의 미래가 어떨지 의문입니다. 현재까지 유니클로 교외형 매장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의 상권력이 약한 중소도시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유니클로의 교외형 매장이 소비 선진국으로 가는 한국에 새로운 쇼핑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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