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직원 모두가 청소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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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사례 1] CEO의 급작스러운 미팅
A부장은 한 달 전 타 팀의 팀원 2명과 금일 저녁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다.
아침에 두 팀원과 문자를 하고, 퇴근과 거의 동시인 6시 반 회사 근처 맛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약 잡기도 어려운 곳이고, 무엇보다 팀이 다른 3명이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4시 갑자기 문자가 울린다. CEO가 회사 부장 이상 전원 6시 반까지 회사 앞 가장 큰 식당에서 보자고 한다.
여러분은 누구와 저녁을 함께 할 것이며, 또 다른 상대에게는 어떻게 하겠는가?[사례 2] 노조위원장의 명절 선물
설날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A기관장은 기관 내 모든 직원에게 수건과 양말 셋트를 자비로 지급했다. 30명 남짓한 인원이었기에, 기관장은 작은 카드로 개개인에게 감사의 글을 남겼다. 명절 하루 전날, 택배가 왔다. 한과 셋트이고 발신인은 회사 노조 위원장이었다.
A기관장은 한과 셋트를 그대로 반송시켰다. 여러분이 노조위원장이라면 어떤 마음이겠는가?
[사례 3] 누가 화장실 청소를 할 것인가?A회사는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이 없다. 사무실, 공장 모든 곳의 청소는 단 하나의 원칙에 의해 실시된다. ‘먼저 본 사람이 한다’이다. 정문에서부터 화장실, 사무실이나 공장을 가는 모든 곳에 쓰레기를 찾아 볼 수 없다. 중간중간 종류별 쓰레기통이 있는데, 이곳도 깨끗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식당의 테이블, 화장실의 세면대는 언제 누가 사용하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정돈되어 있다. 화장실 세면대의 수건은 젖었다 생각하면 바로 화장실에 비치된 세탁기에 넣고, 세탁물이 찼다고 판단되면 누군가 세탁을 시작하고, 끝났을 때 본 사람이 수건을 들고 야외 건조대에 말린다. 다 마른 것은 누군가 정리해 수건비치대에 놓는다. 수건 비치대는 항상 수건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 회사의 직원 중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사장부터 솔선수범한다.
무엇이 정도경영인가?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라고 한다. 당연히 기본과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사례 1의 경우, 타 팀원 2명과 선약이 되었고 아침에 확인까지 했다면, 사장의 6시반 모임에는 참석하지 말아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이 상황에서 타 팀원 2명과 한 달 전 약속을 했고, 아침 확인까지 했기 때문에 오늘 부장 이상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할 사람이 몇 명 되겠는가?
대부분 팀원 2명에게 가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다. 팀원 2명은 당연히 부장 이상의 모임에 참석하라고 할 것이며, 다음에 만날 일시를 정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만약 A부장이 이렇게 했다면 무엇을 잘못했을까?
어떻게 하면 2명의 팀원이 “어제 약속이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우리 회사의 A부장은 내가 닮고 싶은 존경하는 롤 모델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기업에서 정도경영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최소화하고 쌍방이 윈윈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사장과의 미팅이 끝난 후, 팀원 2명에게 기억되도록 할 방법은 무엇이겠는가?사례 2, 노조 위원장의 명절 한과 셋트는 선물인가? 뇌물인가? 선물과 뇌물의 기준은 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누가, 왜, 무엇을 놓고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직위와 상항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주는 사람이 마음을 담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 것인가?
받는 사람이 받은 후 그 대가로 원치 않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피해가 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도 한 기준이다. 피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부담이 된다면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거절의 방법이다. 보낸 먹는 물건이 반송되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보낸 물건을 다르게 사용되었지만, 상대가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었을까?
회사는 상생해야 하는 곳이다. 사소한 일로 상생의 큰 그림이 찢어지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참다운 정도경영은 사례 3이다. 임직원 중 ‘내가 누구인데 이런 저부가가치 일을 해’, ‘이런 일은 막내가 해야 해’, ‘회사는 몇 푼 아끼려고 직원들 힘들게 하네’ 등 갈등과 불만이 쏟아지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직문화로 내재화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모든 선배들이 하는 모습에서 새로 입사한 직원들도 따라 하게 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것이 옳음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공원의 쓰레기는 더러운 곳에 쌓이기 마련이다. 꽃이 아름답게 핀 깨끗한 정원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버리지 않으니까 깨끗한 것이다.
우리는 정도경영하면 거창하게 생각한다. 정도경영에 변화의 원칙을 도입하면 어떨까?
나부터, 작고 쉬운 것부터, 지금부터.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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