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톈안먼 시위 34주년'에 경비 강화…"경찰 5천명 배치"

홍콩 경찰이 오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주말인 3∼4일 경찰관 5천명을 거리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 이전까지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 파크 주변의 경비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빅토리아 파크 인근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불심검문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한 정부 청사나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같은 고위험 장소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대테러 부대를 포함한 경찰 인력이 이르면 3일부터 민감한 장소에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경찰이 대규모 군중의 모임을 막고 수상한 자에 대한 검문을 포함해 '초기 개입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2019년의 혼란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이 4일에 사람들의 모임을 독려하는 온라인 게시글을 감시하는 등 위험 평가를 진행 중이라 그에 따라 경찰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자 홍콩에서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빅토리아 파크에서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2019년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벌어진 후 홍콩 경찰은 2020년 코로나19를 이유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추모 집회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당시 2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 파크로 와서 촛불을 들어 올리자 경찰은 이후 해당 집회에 참석했던 26명의 야권 지도자를 불법 집회 가담 혐의로 체포·기소했다. 이후 경찰은 2021년과 지난해 6월 4일에는 빅토리아 파크를 아예 봉쇄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주면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인근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제한했다.

올해는 빅토리아 파크의 절반이 유지 보수 공사 중이며,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한 친중 단체가 3∼5일 쇼핑 행사를 하겠다며 일찌감치 선점했다.

이런 가운데 한 홍콩 공동구매플랫폼이 4일 계획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비공개 상영회가 지난달 31일 영화관 측의 상영 철회로 갑자기 취소됐다.

앞서 해당 상영회가 알려지자 해당 극장의 소셜미디어에는 "마침내 6월 4일을 추모할 공간이 생겼다", "꽃과 촛불을 들고 가자"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고 이에 영화관이 만일의 문제를 우려해 상영을 취소했다고 SCMP는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며칠 내 '매우 특별한 때'를 이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려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한 시도에 대해 단호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