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길이만 29cm…정글도 든 시위 '적정 대응' 수위는?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의자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간부 A씨의 고공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여당은 "정글도 시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경찰 대응을 감쌌고, 야당은 "과잉 진압"이라면서 여야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출석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칼까지, 쇠파이프까지 들고 폭력 시위를 자행하는 노동단체에 대한 대응을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의식 체계"라며 경찰 대응을 '과잉진압'이라고 규정한 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반면 '건설노동자 탄압 TF 1차 전체회의'에서 TF 단장을 맡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노동자를 곤봉으로 두들겨 패는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며 "경찰의 진압과 수사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통령의 사과까지 촉구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이지현 한노총 대변인은 'A씨가 정글도를 휘둘렀다'는 경찰 설명에 대해 "정글도는 현수막 줄을 끊는 용도로 챙겨둔 것이고 노조 간부는 그 칼을 경찰과 대치 상황에서 사용하지도 않았다"면서 "사다리차의 접근을 막기 위해 쇠 파이프를 휘둘렀을 뿐 경찰을 때린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A위원장과 B사무처장을 긴급체포했다. 사진은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뉴스1
그러나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소 배치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애초 방패를 소지하지 않고 접근한 경찰에게 칼날 길이만 29cm에 달하는 정글도로 수차례 위협한 모습이 담긴 것이다. 또 그는 진압을 포기하고 내려갔다가 방패를 들고 다시 접근한 경찰을 향해 의자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이와 관련해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2021년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언급하면서 "흉기 사건이 일었을 때는 오히려 총기를 더 써야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면서 "이번에 그랬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시위하는 사람에겐 대응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후였던 지난 2021년 1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더폴이 3만8551명에게 물은 결과, 62%가 경찰 총기 사용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흉기 사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찰의 엄정 대응을 바란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은 불가피한 조치이며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상황별 물리력 행사를 5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대상자의 행위 수위가 총기류·흉기·둔기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거나 목을 세게 조르거나 무차별 폭행하는 등 위험한 신체적 폭력을 수반해 가장 높은 단계인 '치명적 공격'에 해당하면, 경찰관은 권총 사용, 경찰봉·방패, 신체 중요 부위·급소 부위 타격, 목을 강하게 조르거나 신체를 강한 힘으로 압박하는 '고위험 물리력'을 행사하도록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경찰위원회가 심의, 의결해 같은해 11월부터 시행된 것이다. 전국 경찰이 통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 기준을 만들어 종합적인 규범을 제시하고, 인권보호와 경찰 법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