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美제재 우회전략?…분사한 기업이 칩 개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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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받던 오포는 폐업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독자적으로 핵심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섰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관련 반도체 설계도 사실상 접었다. 아너가 그 자리를 메꾸는 것은 미국 제재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너의 100% 자회사인 상하이아너인텔리전트테크가 지난달 31일 상하이 린강자유무역구에 자본금 1억위안(약 184억원)으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이 회사는 반도체 칩 설계와 판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사업 목적으로 내걸었다.아너는 이 계열사가 중국 내 5개 연구개발(R&D) 거점 중 하나가 될 것이며, 핵심 소프트웨어와 통신 및 그래픽 칩을 개발하는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너가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를 설립한 것은 중국 선두 스마트폰 기업인 오포가 최근 팹리스 자회사 문을 닫은 것과 대비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쩌쿠는 지난달 초 갑작스럽게 폐업했으며, 3000여 명에 달하는 개발자도 일자리를 잃었다.
오포가 반도체 설계 사업을 포기한 이유로는 먼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로직 칩을 생산할 때 쓰이는 반도체 장비 등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해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찾는 게 어려워졌다.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반화한 성격이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세계 2위까지 올랐지만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제재를 받은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화웨이는 2020년 11월 아너를 선전시 정부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1000억위안(약 18조원)가량을 받고 팔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