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다양한 기전·유지요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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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그릴리 아리바이오 CMO 인터뷰“‘레켐비’의 정식 승인 이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관건은 다양한 작용기전과 경제적인 유지요법(maintenance treatment)이 될 것입니다.”
아두헬름 임상 참여한 알츠하이머 전문가
데이비드 그릴리 신경과 전문의는 5일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레켐비의 정식 승인 이후 바뀌게 될 신약개발 동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그릴리 박사는 뇌신경 분야 전문의료기관인 노스웨스트 뉴로서지컬에서 근무하며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허가 임상시험을 진행한 알츠하이머 전문가다. 가장 많은 환자를 등록시켰다. 아두헬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1년 신속승인한 첫번째 질병조절(DMD) 알츠하이머 신약이다. 다만 임상에서 효능을 명쾌하게 입증하지 못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에게 직접 참여했던 아두헬름 임상의 경험에 비춰, 아두헬름이 실패한 이유와 앞으로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릴리 박사는 작년 9월 아리바이오의 최고의학책임자(CMO)로 합류했다.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임상 3상을 총괄하고 있다.
아두헬름, 임상 설계의 실패
그릴리 박사는 아두헬름의 임상 설계가 몇 가지 부분에서 효능을 입증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의 효능 입증을 위해 2개의 임상 3상(EMERGE, ENGAGE)을 수행했다. 20개 국가 348개 기관에서 환자 3285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임상(RCT)으로 진행됐다.임상 결과는 들쑥날쑥했다. 2건의 임상 중 하나인 ENGAGE는 저용량 및 고용량 투약군 모두 1차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다. 인지기능 개선 정도를 보는 평가지표인 ‘CDR-SB’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EMERGE의 경우에도 고용량군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그릴리 박사는 크게 2가지가 통계적 유의성을 얻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용량 설정의 적절성이다. 바이오젠은 뇌 속 아밀로이드 덩어리(플라크)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아두헬름의 용량을 설정했다. 바이오젠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능이 아두헬름에 용량의존적임을 밝히기 위해 반복투여 용량증량 시험인 임상 1b상 연구 ‘PRIME’을 수행했다.그릴리 박사는 “바이오젠은 인지기능 개선과 용량의 상관관계를 임상 3상에 앞서 (공식적으로) 시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만큼의 약을 투약해야 인지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3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첫 신약이었다”며 “(바이오젠은) 플라크를 제거할 수 있다면 인지기능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전제로 임상시험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의 기대와 달리 인기지능 변화는 미비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반영해 후속 후보물질이었던 레켐비는 임상 2상에서 인지 개선을 평가지표로 한 용량증량 시험을 수행했다.
두 번째는 위험군에 상대적으로 저용량을 투약한 점을 꼽았다.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강력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릴리 박사는 “임상에서 APOE4 보유 환자들에겐 고용량(10㎖/㎏)이 아닌 저용량(3㎖/㎏)을 최대 용량으로 투약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들에게 유효한 효능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런 데이터가 모여 전체 분석 결과에서 유효성 차이를 희석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두헬름은 효과가 있는 약이었나
통계적 유의성을 보인 EMERGE에서 아두헬름은 1차 평가지표인 CDR-SB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2% 지연시켰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그릴리 박사는 이 결과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평균적으로 1점 미만의 인지기능 개선이 있었다”며 “‘숫자’로서 개선된 것은 맞지만 임상적인 관점에선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의 인지기능 개선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다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구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릴리 박사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제거가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후속 치료제 레켐비를 통해 분명 입증됐다”며 “아두헬름이든 레켐비든 병의 진행을 10년 동안 지연시켰을 땐 커다란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오랜 기간 추적조사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포스트 아두헬름·레켐비는?
레켐비의 정식 승인 이후 임상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릴 문제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없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꼽았다.지금까지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했다. 레켐비를 비롯한 항체 치료제는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릴리 박사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없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그럼 완치된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뇌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제거된 환자에 대한 약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초기 치료와 유지관리(maintenance treatment)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지관리 치료는 각국의 의료 재정 측면에서도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레켐비의 1년 약가는 2만6500달러(약3473만원)다. 만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특성상 장기 투약이 필요하다. 이는 각국의 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의 접근은 이미 시작됐다. 그는 “일라이릴리는 레켐비와 유사한 기전의 항체치료제 ‘도나네맙’의 투약기간을 18개월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최대 18개월까지 투약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보험 재정의 부담을 경감시켰다는 것이다.
그릴리 박사는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제거된 환자들의 인지기능을 개선하거나 악화를 지연시키는 유지요법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신경 재생 및 면역 기능 정상화 등 다양한 작용기전의 신약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5일 13시 5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