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 ⑬ "낯설지만 자유로워"…한채원·박수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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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대학 졸업하고 광주 정착…쇠락한 구도심에 책방 열어
"서점이면서 서점 아닌 공간, 잘 이끌고 싶어"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 "낯선 곳에 산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지만,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요.
"
광주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 충장로 5가에 동네 책방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이서점)를 연 한채원(27)·박수민(27) 공동대표는 지방살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두 청년은 광주에 온 지 2년만에 동네 책방을 열었다.
대전이 고향인 한 대표와 울산이 고향인 박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고달픈 서울살이를 온몸으로 느꼈다.
상상을 초월한 비싼 집세는 물론,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가득 찬 도시가 힘겨웠다.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들은 우선 고향을 배제하고 광역시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살아보기로 했다.
박 대표는 "5·18이라는 인권과 비엔날레라는 예술도시의 이미지가 있어 뭔가 하면 될 것 같아 광주를 선택했다"며 "답사차 광주에 왔을 때, 힘들지만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을 만나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광주에 온 두 사람은 광산구 청년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문화기획 활동에 들어갔다.
6개월간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방 살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동구가 운영하는 빈집 청년창업 채움프로젝트에 선정돼 쇠락한 충장로 5가의 한 상가를 빌려 동네책방을 차렸다.
책방 이름인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따왔다. 목수인 한 대표의 아버지와 함께 만든 책꽂이에는 시, 소설, 건축, 에세이, 철학, 사회학, 여성 등 다양한 장르의 책 300여권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이서점' 은 두 대표가 읽어본 책이거나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을 선정한다.
최근에는 에세이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의 이반지하 작가를 초청해 토크 콘서트를 열었는데 전 좌석이 매진됐다.
편지 쓰기 소모임과 작은 공연도 여는 등 크고 작은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여유로운 일상을 만끽하고 있지만 지방 살이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미술관 등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체도 찾기 힘들다.
한 대표는 "광주가 인권도시라고 하는데 저상버스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너무 부족해 그 슬로건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적 인프라나 공간도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소수자들이 함께 하는 우정 공동체를 보기 힘들다"며 "마음에 딱 맞는 친구도 찾기 어려워 마치 섬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타향살이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책방에서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집을 마련한 두 청년은 매일 광주의 구도심을 걸으며 이곳에서 터전을 일구며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책을 매개로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소소하지만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는 삶이다.
한 대표는 "서울에서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집에 둘이 있을 때가 드물다"며 "친구들이 광주에 와서 살고 싶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모두가 좋은 리더가 되라고 하는데 저는 남을 잘 따르는 팔로워쉽이 있는 것 같다"며 "행정기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만의 힘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점이면서 서점 아닌 공간, 잘 이끌고 싶어"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 "낯선 곳에 산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지만,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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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 충장로 5가에 동네 책방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이서점)를 연 한채원(27)·박수민(27) 공동대표는 지방살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두 청년은 광주에 온 지 2년만에 동네 책방을 열었다.
대전이 고향인 한 대표와 울산이 고향인 박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고달픈 서울살이를 온몸으로 느꼈다.
상상을 초월한 비싼 집세는 물론,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가득 찬 도시가 힘겨웠다.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들은 우선 고향을 배제하고 광역시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살아보기로 했다.
박 대표는 "5·18이라는 인권과 비엔날레라는 예술도시의 이미지가 있어 뭔가 하면 될 것 같아 광주를 선택했다"며 "답사차 광주에 왔을 때, 힘들지만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을 만나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광주에 온 두 사람은 광산구 청년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문화기획 활동에 들어갔다.
6개월간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방 살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동구가 운영하는 빈집 청년창업 채움프로젝트에 선정돼 쇠락한 충장로 5가의 한 상가를 빌려 동네책방을 차렸다.
책방 이름인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따왔다. 목수인 한 대표의 아버지와 함께 만든 책꽂이에는 시, 소설, 건축, 에세이, 철학, 사회학, 여성 등 다양한 장르의 책 300여권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이서점' 은 두 대표가 읽어본 책이거나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을 선정한다.
최근에는 에세이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의 이반지하 작가를 초청해 토크 콘서트를 열었는데 전 좌석이 매진됐다.
편지 쓰기 소모임과 작은 공연도 여는 등 크고 작은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여유로운 일상을 만끽하고 있지만 지방 살이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미술관 등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체도 찾기 힘들다.
한 대표는 "광주가 인권도시라고 하는데 저상버스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너무 부족해 그 슬로건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적 인프라나 공간도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소수자들이 함께 하는 우정 공동체를 보기 힘들다"며 "마음에 딱 맞는 친구도 찾기 어려워 마치 섬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타향살이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책방에서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집을 마련한 두 청년은 매일 광주의 구도심을 걸으며 이곳에서 터전을 일구며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책을 매개로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소소하지만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는 삶이다.
한 대표는 "서울에서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집에 둘이 있을 때가 드물다"며 "친구들이 광주에 와서 살고 싶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모두가 좋은 리더가 되라고 하는데 저는 남을 잘 따르는 팔로워쉽이 있는 것 같다"며 "행정기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만의 힘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