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1부두 원형 보존하면서 다양하게 활용하자"

경성대 강동진 교수, 원도심 마켓·스케이트장·요가장 등 제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1부두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관광객이나 주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안돼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가 지난 1일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린 '부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연구 협력사업 학술 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제안했다.

부산시는 6·25전쟁 때의 피란 수도 유산 중 부산항 1부두를 포함한 9개 유산을 선정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전절차로 부산항 1부두를 시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려고 하지만, 관할 중구가 8개월째 신청서 제출을 미루면서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중구는 부산시가 문화재 등록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문화재가 되면 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교수가 부두를 보전하고 열린 공간으로 두면서도 다양한 상상력을 활용해 시민이나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주장한 것이다.
강 교수는 공원으로 활용되는 뉴욕 브루클린 부두나, 도시 조망점 역할을 하는 시드니 브레들러스 헤드, 일본이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 기념사업으로 복원 보존한 부두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강 교수는 또 "1부두의 열린 공간에서 이탈리아 토리노의 '파르코 도라'처럼 '원도심 축제 마켓'을 열 수도 있고, 빛 축제장, 캠핑장, 일출과 함께하는 요가장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부산항 불꽃 축제의 최고 조망점이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오픈 광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드니 브레들러스 헤드처럼 '오픈 웨딩'의 공간으로 쓰거나, 일본 요코하마 MM21처럼 1부두에 스케이트 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면서 "원형을 계획적으로 보존 관리하면서도 1부두를 시민들이 마음껏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1부두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부두의 역사성을 더 드러내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1부두 콘크리트 밑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 철로를 복원하고, 1920년대 것으로 추정되는 1부두 계선주 7개를 역사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항을 기억하는 핵심 시설로 연안여객터미널을 부산항아카이빙 센터로 활용하고 '부산항문화재단' 등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2013년 북항 재개발 과정에서 부산항 1부두 보전을 위해 정해진 도로 노선을 변경하는 위대한 결단을 했는데, 이번에 또 한 번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바다와 내륙이 만나는 첫 접점인 부두를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