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조성진부터 김태한까지…멈추지 않는 '韓 클래식 천재들'

2000년대 세계 콩쿠르 휩쓰는 클래식 영재들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 피아노부터
임지영 양인모 최하영 등 현악기도 '한인천하'
바리톤 김태한이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 오른 모습. 사진=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한국인 음악가들이 국제적인 권위의 음악 콩쿠르를 잇따라 석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바리톤 김태한(23)이 4일(현지시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해마다 굵직한 콩쿠르 낭보(朗報)가 날아드는 건 예삿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더 특별하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 남성 성악가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콩쿠르 강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6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만 18세 나이로 세계적 권위의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이자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이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7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5년 뒤 임윤찬이 같은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면서 콩쿠르 연속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인 음악가의 저력을 알린 사건이었다. 명문 피아노 경연대회로 꼽히는 부조니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의 실력은 빛을 발했다.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우승자 자리에 오르더니 2021년에는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 2위를 휩쓸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고 있다. 밴 클라이번재단 제공
비단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건 피아니스트뿐만이 아니다. 임지영은 2015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7년 뒤에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또 한 번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새 역사를 써냈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성악가들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먼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는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이 우승을 거머쥔 데 이어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또 한 번 콩쿠르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바리톤 김기훈이 2021년 BBC 카디프 국제 성악 콩쿠르 오페라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티엘아이아트센터 제공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2011년 베이스 박종민과 소프라노 서선영이 각각 남자·여자 성악 부문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 성악가의 우수성을 알렸다. 2012년에는 베르디 국제 콩쿠르에서 테너 김정훈, 바리톤 김주택, 테너 윤승환이 1, 2, 3위를 모두 쓸어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1년에는 바리톤 김기훈이 BBC 카디프 국제 성악 콩쿠르 오페라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