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 기세 못 막을 것"…무대에 재연된 한용운의 민족혼

79주기 앞두고 3·1 운동과 독립투쟁 재조명하는 예술제 열려
"일본이 조선 독립을 부인하고 현상 유지가 된다고 하여도, 인심은 물과 같아서 막을수록 흐르는 것이니 조선의 독립은 상류에서 굴러내리는 둥근 돌과 같이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면 그 기세가 멎지 않을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79주기를 앞두고 그가 조국 독립을 염원하며 벌인 불굴의 투쟁이 4일 무대 위에서 재연됐다.
3·1 운동을 하다 붙잡혀 법정에서 선 만해는 "질문에 답하라"고 다그치는 재판관을 향해 이처럼 소신을 밝히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불교단체인 재단법인 선학원이 이날 서울 중구 소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최한 '2023 만해예술제'에서 선보인 서사극 '청년에게 부친다'에서 1919년 3·1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한용운의 저항 정신이 대사, 음악, 몸짓으로 구현됐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장면이나 한용운이 수감 중에 '조선 독립의 서'와 시를 쓰는 등 옥중 투쟁을 이어간 과정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1919년 당시 한용운은 3·1 독립선언식을 끝내고 만세삼창 후 출동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보안법과 출판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1921년 12월 22일 가출옥(가석방) 때까지 약 2년 10개월간 구금돼 있었다.
조선 독립의 서는 1919년 11월 4일 자 독립신문에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개요'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다.

한용운은 광복을 1년 남짓 앞둔 1944년 6월 29일 서울 성북동의 거처인 심우장에서 입적했다.
선학원 이사장인 지광스님은 이날 행사에 앞서 발표한 메시지에서 "한용운 선생은 일찍이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민족불교의 활로를 마련하고자 고군분투하셨다"며 "옥고를 치르면서도 독립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고 만해의 삶을 되새겼다. 선학원은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소재 만해홀에서 한용운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는 '만해 학술제'를 열고 79주기인 29일에는 종로구 소재 HW컨벤션센터 '만해추모재'를 봉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