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北미사일 실시간 공유체계' 연내 가동

3국 국방장관 회담서 합의

韓의 탐지·日의 추적 강점 활용
美연동통제소 통해 실시간 공유
中 반발 우려 '경보 정보'로 한정

한·일 국방도 3년반 만에 회담
'초계기 갈등' 방지책 마련키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미·일 3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올해 마련해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3국 정상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北 미사일 대응 능력 향상될 듯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면서 3국 간 안보 협력 수준을 한층 더 높여나가기로 했다”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에 대해 한·미, 미·일 간 각각 운용 중인 정보공유체계를 연동해 올해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3국이 가동하기로 한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체계의 핵심은 정보의 ‘실시간 공유’다. 한·일 양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직접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거쳐 공유하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북한 미사일 대응에 있어 정보 공유의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요청이 있을 때만 정보를 ‘사후 공유’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군은 이번 합의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대응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상대적으로 빨리 탐지할 수 있지만 미사일을 끝까지 추적·탐지하는 역량은 부족하다. 반대로 일본은 발사 정보 탐지는 느리지만 고성능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해 북한 잠수함 동향과 미사일 추적에 강점이 있다. 양국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될 전망이다.

한·미·일은 공유하는 정보 범위를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로 한정했다. 이번 합의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으로 이어지면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과 중국 국방장관은 6개월 만에 회담하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논의했다. 반면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중국 측 거부로 무산됐다.

韓·日 ‘초계기 갈등’도 해소 국면

‘초계기 갈등’으로 인한 한·일 국방당국 간 냉각 기류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한·일 국방장관은 4일 별도로 양자 회담을 했다. 양국 국방장관 간 회담은 2019년 11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 방위상 간 회담 이후 약 3년6개월 만이다.

이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초계기 갈등’에 대해 “(양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도 우리 측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부분(초계기 갈등)에 진전이 없으면 전반적인 국방 협력 진전 등이 제한된다는 데 한·일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공격용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