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이 사회이익 창출"…애덤 스미스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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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7일 '탄생 300주년 기념 심포지엄'‘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하는 국민 스낵 새우깡의 새 광고에는 온갖 ‘손’이 등장한다. 가수 지코는 친구와 연인의 손에 이어 거미손, 효자손을 찾는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사는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이다.
'보이지 않는 손' 가격에 따라
수요·공급 균형찾는 과정 설명
도덕감정론·국부론 저서 남겨
자유시장경제 철학 초석 놓아
과자 광고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란 말을 만든 애덤 스미스가 5일 탄생 300주년을 맞는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자유시장경제 철학의 초석을 놓은 학자로 평가된다.
스미스 철학의 기초는 <도덕감정론>
보이지 않는 손은 스미스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에서 사익 추구가 사회 전체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이론으로 이어졌다. 생산이 수요보다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이 높아져 초과 이윤이 생기면 생산자들이 생산을 늘리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생산량을 결정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수요·공급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이론이다.스미스는 시장 작동 원리로 개인의 이기심을 꼽았다. 스미스는 “정의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완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국부론>은 바람직한 정부 형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는 각국 정부가 무역을 비롯한 국민 경제 전반을 통제하던 중상주의 시대였다. 특정 기업에 배타적 특권이 부여됐고 높은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이 성행했다. 스미스는 독점과 보호관세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개인의 이기심이 자유롭게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봤다.
스미스의 저작 중 가장 성공한 건 <국부론>이지만 스미스 철학의 기초는 이보다 17년 전 나온 <도덕감정론>에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공감을 통해 도덕적 욕구를 충족하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공감은 단순히 타인의 도덕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본인과 타인의 판단 등을 종합해 자신 안에 만들어낸 ‘공정한 관찰자’에 의한 공감이다. 스미스는 공정한 관찰자의 시점을 내면화하면서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화된다고 봤다.
<국부론>에서 제시한 이기심과 <도덕감정론>의 이타심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최근에는 <도덕감정론>의 사회화된 이기심이 <국부론>에서도 작동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완성 원고 태운 ‘완벽주의자’
스미스는 1723년 6월 5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커콜디에서 세례를 받았다. 정확한 출생일이 알려지지 않아 학계에선 세례일을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다. 스미스는 1730~1740년대 글래스고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이 시절 평생의 멘토인 프랜시스 허치슨과 데이비드 흄을 만나 인간 중심 과학 개념을 배웠다. 스미스는 특히 인간의 도덕은 신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정의감을 통해 형성된다는 흄의 견해를 선호했다. 스미스 평전을 쓴 니콜라스 필립슨은 “스미스는 평생을 ‘흄학파’로 살았다”고 평가했다.스미스의 저작은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외에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스미스가 유언을 통해 친구에게 미완성 원고와 강의노트를 자신이 보는 앞에서 모두 태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과 일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쓴 기록과 수강생이 남긴 강의노트 정도다.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1790년 7월 17일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애덤 스미스 주간’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모교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는 5~10일을 ‘애덤 스미스 주간’으로 지정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스코틀랜드 출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공개 강연을 한다.국내에서는 한국자유주의학회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7일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마리아 파가넬리 국제애덤스미스학회장과 이몬 버틀러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소장 등이 기조강연을 한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