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삼성 제안에 뒤바뀐 운명…'세계 1위' 올랐다 [신현아의 IPO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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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이엔지, 올해만 38% 급등반도체에는 '클린룸'을 아시나요?
반도체·2차전지 투자 확대로 고성장 전망
클린룸이란 먼지·세균이 없는 청정공간으로 작은 이물질 하나가 품질 불량을 유발하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다. 삼성전자의 제안에 40년 전 클린룸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1위 업체로 우뚝 선 기업이 있다. 최근엔 2차전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을 키워내면서 상승세에 올라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기업탐방에 나서는 한편, 주목하고 있다. 클린룸 전문 기업 신성이엔지 얘기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성이엔지의 5일 기준 종가는 2150원이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1000원 후반대를 횡보하던 주가는 올해(1월 2일~6월 5일) 38.26% 뛰어 2000원대로 올라섰다. 회사의 수익률은 해당 기간 코스피 상승률(16.95%)을 웃돌았다. 반도체 제조·소재·장비업체 15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지수 오름폭(38.73%)과는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머나먼 얘기지만 신성이엔지는 유가증권 시장에 1996년 7월 31일 상장했다. 상장 후 주가는 30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같이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회사는 주간 주가상승률 상위 1위에 3주 연속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 과열 양상에 당시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로부터 감리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액면분할, 재상장 등을 거쳤다.
냉장창고 업체서 클린룸 1위로…삼성 제안에 뒤바뀐 운명
신성이엔지는 1977년 채소·우유 등을 보관하는 냉장창고 업체로 출발했다. 현재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인 클린룸 사업은 1991년 클린룸 내 공기 정화 장치인 팬필터유닛(FFU) 국산화를 이루면서 본격화했다. FFU 국산화 작업은 1983년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삼성전자의 요청에서 시작했다.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전세계 FFU 시장 점유율(60%) 1위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신성이엔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공장에는 신성이엔지의 클린룸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클린룸 기술을 활용, 2016년 2차전지 드라이룸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성이엔지는 2021년 2차전지 관련 시스템 제조·판매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한편, 지난해 7월 충북 증평공장 내 드라이룸 생산 공정을 증설했다. 늘어나는 드라이룸 수요에 대응할 목적에서다.드라이룸의 해외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 법인도 늘리고 있다. 특히 2차전지 공장 설비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유럽 시장이 타깃이다. 회사는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헝가리, 폴란드, 미국, 싱가포르 등 9개 국가, 10개 지점·법인을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사의 투자 계획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터키, 스페인에 각각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했다.
지난해 드라이룸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드라이룸은 LG에너지솔루션향 미국 공장 매출이 지난 1분기 일부 발생했으며,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터키(LG에너지솔루션), 스페인(일진머티리얼즈) 매출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 올해 드라이룸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2차전지 업고 재도약
전기차 시장 개화와 함께 2차전지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2차전지 드라이룸은 제습 기능을 갖춘 설비로 습도에 따라 안정성이 좌우되는 2차전지 제조에 필수적이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투자에 따른 드라이룸 수요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관련 수주 증가와 함께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작년 연결 기준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6641억원, 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781% 늘었다. 2021년 반도체 등 투자 위축에 따른 수주 감소로 실적이 크게 줄어든 기저효과도 물론 있었다. 2차전지 드라이룸의 수주 성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도 보탬이 됐다.회사 관계자는 "1분기 기준 2차전지 사업 부문 관련 매출만 500억원(전체 매출은 1213억원) 정도 나왔다. 2019~2020년 2개년도 합산 매출이 700억원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며 "1분기는 지연된 프로젝트가 일부 있었던 만큼 예상보다 매출 상승폭이 크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수주 이후 1년~1년 6개월 내 실적에 반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2021년 하반기~2022년 수주잔고가 2023년 실적의 바로미터"라며 "분기별 수주잔고는 증가세에 있으며, 특히 2022년 분기별 합산 수주잔고는 9425억이었다. 2023년 신성이엔지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학준 연구원은 지난해 누적 수주는 5956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며 "올해 실적은 매출 8053억원, 영업이익 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1.3%, 영업이익은 10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투자 확대도 호재
반도체 업황 개선에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주요 수익원인 클린룸 관련 매출 증가세가 예상돼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 수준(53조1153억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투자액은 미국 테일러 공장과 평택 3·4공장(P3·P4) 구축에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권명준 연구원은 "지난 2년여간 P3 관련 매출이 발생했으며, P4는 2분기부터 매출 인식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뿐만 아니라 주요 매출처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역시 연내 구체화 혹은 가시화될 예정이다. 클린룸 관련 매출액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학준 연구원은 "반도체 클린룸은 현재 P4의 초기 단계 진행 중이며, P3 마감이 겹치면서 안정적인 매출 구현이 전망된다"며 "현재 미국 테일러 공장도 입찰에 참여한 만큼 수주 시 꾸준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