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 안착하자마자 나온 전망…"하반기에 3000 간다"

코스피, 반도체株 힘입어 '상승'
증권사들 코스피 전망 상단 3000까지 높여

증권가 "기업 실적 회복돼 주가 강세 전망"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부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2600선을 회복한 가운데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신중론'을 폈다. 고강도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오후 1시 16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55포인트(0.56%) 오른 2615.91에 위치해 있다. 지수는 지난 2일 작년 6월 9일 이후 약 1년 만에 2600선을 되찾았다. 박스권에 머무르던 코스피는 대형 반도체 종목의 강세에 힘입어 상승 랠리에 올라탔다. 이날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3332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874억원, 408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낙관론을 편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DB투자증권은 실적장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하반기에 3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장세는 실적 전망치가 우수한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을 뜻한다. 강현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기선행지수와 기업 이익 반등이 주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최근 코스피 지수의 연간 전망치 상단을 기존 2800에서 2920으로 높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는 '실적장세'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실적장세에서는 큰 조정 없이 지속해서 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 약화에 대한 우려로 7월 전후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실적장세에서는 이런 조정을 중장기적인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NH투자증권(2400~2750) IBK투자증권(2350~2800), 현대차증권(2330~2760), 하이투자증권(2350~2750)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700선 위로 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실적, 글로벌 경기 회복되며 코스피 상승할 것"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기존 2200∼2600에서 2350∼2750으로 올렸다"며 "분기별로 계단식 상승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엔 2500∼2850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코스피가 3000에 안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스피 전망을 상향한 배경에 대해 "시장과 미국 중앙은행(Fed) 사이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극단적 괴리가 5월 중순부터 빠르게 축소됐다"며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며 국내 반도체 대표주의 실적 불확실성이 희석됐다"고 설명했다.코스피가 3분기까지 강세를 보이다 4분기부터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개선이 수출, 이익 회복으로 이어지며 3분기까지는 차별적 반등을 예상한다"면서도 "연말로 갈수록 선진국발 경기둔화 우려로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증권사는 코스피 예상 범위를 2380~2780포인트로 제시했다.

기업들의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반도체·유틸리티를 제외한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업종은 이익 개선 전망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이익 증가세가 확인될 경우 이들 업종의 저평가가 해소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작년 Fed의 고강도 긴축 효과, 올해 나타날 수도"

일각에선 아직 증시에 영향을 주는 악재가 많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SK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650으로 제시하며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증권사 강재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은 시장에 선반영됐다"며 "미국이 본격적으로 통화 정책을 완화하기 전까진 경기가 재차 둔화한 경우도 많았다"고 분석했다.이어 "경기가 활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Fed가 펼쳤던 고강도 긴축의 영향이 하반기 미국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도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 9월, 11월에도 각각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올렸다.

반도체 종목의 상승이 멈추면 증시도 상승 동력을 잃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5월 시가총액 상승분 64조7000억원 중 반도체 업종 상승분은 57조1000억원으로 전체 상승분의 88%에 해당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