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러 가다 쓰러진 70대 목수…5명에 새 삶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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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에 돕고 싶다"평소 나누고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70대 아버지가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좌우 신장·간·양쪽 안구 기증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인하대병원에서 뇌사상태였던 장영만 씨(75)가 좌우 신장과 간, 양쪽 안구를 5명의 환자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장 씨는 지난 4월 27일 장을 보러 가던 길에 쓰러져 119를 통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뇌사상태에 빠졌다.
고인은 생전에 장기 기증에 대한 뜻을 밝힌 바 있다.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것을 좋아해 생전에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60세가 넘으면 기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 장기 대신 시신 기증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뇌사 추정 상태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고인의 뜻을 이루고자 기증을 결심했다는 게 장 씨 가족들의 설명이다.
전남 진도군 섬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장 씨는 어린 나이에 인천에서 목수 일을 배워 가구점까지 차린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고인은 가족을 위해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일했다.
장 씨의 아들 장호 씨는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나셨으니 하늘에서도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가족을 위해 평생 성실하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베풀고 가신 기증자 장영만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나눔이 오랜 세월 고통받고 있는 이식 대기자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