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만 믿고 산 '골칫덩이 시골집'…"이젠 月200만원 벌죠"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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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려 집 샀다가 빈집 신세 위기
아내가 나서 '한달살기 호스트' 도전
텃밭 만들고, 시골 불멍 콘텐츠 인기
"골칫덩이 집이 이제는 효자 노릇하죠"
남편이 덜컥 유튜브만 보고 대책없이 시골집을 샀어요. 1973년도에 지어진 집과 대지 180평(약 595㎡)을 9000만원을 주고 매매했더군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죠. 각종 세금이랑 수리비만 6000만원이 들더군요. 주말마다 텃밭 농사를 짓겠다던 남편은 2년도 안돼 발령이 나면서 빈집 신세가 됐어요. 당시에는 정말 낡은 시골집이 꼴도 보고 싶지 않았었죠.(웃음) 빈집을 놔두면 뭐하겠나 싶어서 '시골 힐링 한달살기'에 도전했습니다. '이런 시골까지 사람들이 올까' 걱정했는데, 매물을 올리니 곧바로 첫 게스트가 왔어요. 이제는 매달 200만원씩 벌고 있죠.5도2촌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덜컥 시골집을 사기에는 부담이 크다. 한달만 비워둬도 곰팡이는 물론 공들였던 정원도 망가지기 일쑤다. 예상치 못하게 오랜기간 집을 비워두는 일이 생기자 한달살기 호스트에 도전한 이가 있다. 시골만의 장점을 내세워 텃밭에는 싱싱한 채소를 길러 게스트들에게 제공하고, 밤이면 시골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불멍 콘텐츠를 내세웠다. 골칫덩이 시골집으로 이제는 매달 200만원씩 벌고 있는 리브애니웨어 호스트 수현(닉네임·49)씨의 이야기다.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충남 계룡에서 한달살기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수현(닉네임·49)이라고 합니다. 현재 초등학교 방과 후 미술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2019년 군인이던 남편이 농촌 생활을 꿈꾸면서 충남 부여에 시골집 한채를 샀어요. 2년동안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쉬면서 텃밭 농사를 지었었죠. 그러다 2022년 경기도로 발령을 받았어요. 시골집은 한달만 집을 비워도 상태가 엉망이 됩니다. 한겨울에는 수도가 동파가 되고, 여름에는 축대가 무너지기도 하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무작정 시골집에서 한달살기 컨셉을 내세워 호스트에 도전을 했어요. 사진도 미리 찍어두어서 1시간 만에 숙소 등록이 끝났죠. 이런 시골에 누가 살러 올까 고민이 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군요.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시골이다 보니 청소 대행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숙소가 지저분하면 힐링하러 온 게스트들이 기분이 상하시겠죠. 모든 청소는 직접 꼼꼼히 하고 있어요. 특히 주방 화장실 침대는 더욱 각별하게 신경 써요. 게스트가 없는 날에는 숙소 정비와 관리를 하고 있어요. 잔디도 깎고, 꽃과 나무도 심으면서 조경도 하고요. 실내 인테리어도 교체하죠. 시골에서 한달살기 장점은 텃밭입니다. 각종 채소들을 심어 놓고 게스트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웃음) 계약부터 퇴실까지는 플랫폼에서 다 처리가 되고, 퇴실 이후에는 청소랑 정산만 하면 되서 신경 쓸일이 크게 없는 점이 없습니다."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가장 걱정인 부분은 게스트를 만족 시켜주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 쉬는게 아니라 한달을 살다 가는 곳이라 애로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즉각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하죠. 남편이 현재 경기도에 있어 어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사소한 문제는 바로바로 조치해 주시고 계세요."Q. 부동산 구매 결정은 처음에 어떻게 하셨나요?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덜컥 구매했어요. 1973년도에 지어진 시골집을 사겠다니 미쳤다고 했어요. 저는 엄청 반대했었죠. '도대체 시골에서 뭘 하면서 살건지, 그 낡은 집을 어떻게 고칠 건지, 비용과 관리는 어떻게 할건지' 막막했었죠. 실제로 버려할 쓰레기도 엄청났고, 수리할 곳도 많았죠. 남편은 저랑 나이가 똑같은 집을 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지만, 그 낡았던 시골집은 정말 꼴도 보고 싫었었어요.(웃음)"
Q. 부동산을 고르시는 노하우가 있나요?
"대책 없이 샀었던 것 같아요. 특히 시골집은 구매할 때 주위에 △축사 △철탑 △묘지 등 혐오시설을 피해야 하는 게 기본 상식인데, 남편은 오직 '서까래가 있는 시골집'을 사느라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동네에도 처음에는 축사가 있었어요. 남편 말로는 집을 살때 당시 겨울이라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여름에는 정말 악취가 심했어요. 1년 동안 마음 고생 많았죠. 지금은 다행히 축사가 없어졌어요."Q. 다시 시골집을 산다면 무엇을 따져봐야 할까요.
"최근에는 부동산을 유튜브를 통해 물건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 이후에는 현지에서 최소한 1년은 지내보고 살 것 같습니다. 집은 한번 사면 몇십년을 지내야 하는데, 4계절은 겪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시간상 어렵다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동네를 놀러가면서 분위기도 살펴보고, 다른 매물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동네 사람들 성향도 파악해야 하거든요. 매물을 본 집이 팔릴수도 있지만 다른 매물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Q. 부동산 구매 비용은 얼마인가요.
"집과 대지(180평)를 9000만원에 샀습니다. 세금과 형질 변경 비용(시골의 경우 밭에 집을 지은 경우가 많습니다), 측량비 등으로 1000만원, 집수리에만 6000만원이 들었죠. 집값 만큼 비용이 들어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임대를 위한 인테리어 비용으로 500만원이 들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임대 목적으로 구매한 집이 아니라서 인테리어 비용이 들었습니다. 시설들은 지금도 조금씩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죠. 예상치 못한 지출로는 보일러가 고장이 난다든지, 에어컨을 추가로 구매한 것 정도입니다."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공실 없이 계약이 꽉 차면 월 2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매달 꽉 차지는 않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어차피 '비어 있을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달 들어오는 수익은 저의 청소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빈집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예뻐지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게스트로 젊은 여자분이 혼자 오셨었어요. '도대체 시골에 뭘하러 왔을까'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릴적 시골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고 했어요. 시골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어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너무 행복했다고 후기를 남기셨죠. 그때 저는 '세상에는 이런 시골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도시에 지친이들에게 시골에 대한 로망과 시골생활이 주는 매력을 더욱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후에는 시골밤을 보면서 장작불을 보면서 불멍을 할 수 있게 만들었죠.(웃음)"
Q.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적성이 맞아야 합니다. 게스트의 성향과 니즈를 못 맞춘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죠. 일반 숙박업처럼 단박 게스트가 없어서 시간적 여유가 많고, 청소 외에는 어려운 일이 없다보니 초보들도 쉽게 할 있죠. 가능하다면 임대할 숙소가 거주하는 본가 근처에 있어야 불만사항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합니다.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말고,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Q. 주변인들 반응은 어땠나요?
"동네 주민분들이 좋아하셨습니다. 밤이면 캄캄했던 동네가 활기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집 한채로 동네가 훤해졌다고들 하시죠. 저희의 노력으로 축사 문제, 쓰레기 처리 문제, 빈집 문제 등이 개선되니 동네가 많이 깨끗해졌거든요. 집이 너무 넓어 청소하기 힘든 부분은 단점이긴 해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는 청소지만 여자 혼자 하기에는 벅찬 부분도 있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연치않게 호스트로 도전해 1년 동안 한달살기 임대를 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게스트들로부터 '잘 쉬었다''힐링 제대로 하고 간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합니다. 저희처럼 시골이나 빈 집이 있다면 소소하게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웃음) 운영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니까요."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