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피타 대표 "한강의 기적에 감탄…태국도 한국처럼"

"태국 변화시킬 진정한 기회"…군부 견제에는 자신감 피력
"훗날 반기문처럼 유엔사무총장 도전…딸이 블랙핑크 팬"
태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언급하며 한국과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4일 방콕에서 만난 그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을 높이 평가한다"며 "태국 경제도 한국처럼 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와 경제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확고한 가치 위에서 실현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총선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 약 20년간의 정치적 혼란과 악순환에서 빠져나와 태국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한 번뿐인 기회라고 믿는다.

올해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할 적기이고 변화의 계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또 태국이 코로나19 사태, 기후 변화와 분쟁 등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맞춰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세계에 기여해야 하며, 태국을 세계에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옳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 이번 승리가 태국 민주주의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는가.

▲ 그렇다.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아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했기에 이번이 단 한 번뿐인 기회이고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징병제 폐지, 동성 결혼 허용, 탈독점화, 한국과 같은 최첨단 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전진당 돌풍은 어떻게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

▲ 외부적으로 태국에는 희망의 모멘텀이 있었고 사회는 매우 진보적인 변화를 원했다.

내부적으로는 빅데이터를 사용해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펼쳤다.

내외부 요인, 시기기 잘 맞아 승리할 수 있었다.

-- 군부 등 기득권 세력이 전진당이 집권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 태국에는 이상한 정치 질서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 군부 세력이 있지만,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태국 사회가 훨씬 더 진보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국민들은 체제의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원한다.

선출된 권력과 임명된 권력 간의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태국은 혼자가 아니다.

국제 질서의 일부이고, 21세기 민주주의에서는 국민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태국은 시험대에 올랐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총리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을 포함해 65% 이상의 표를 얻은 8개 정당 연합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며 위험을 최소화하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언론사 주식 보유와 관련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은 내 개인적 여정이 아니라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구조적인 진전이다.

한국이 과거의 정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을 열면서 부흥한 것처럼, 20∼30년 늦었지만 올해는 태국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 한국과 태국의 경제 격차가 더 벌어졌다.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정치 질서와 경제 발전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1990년대 초반 누군가 한국 대통령에게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자동차 100만대를 파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그렇게 시작됐고,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확고한 가치 위에서 실현됐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군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검열한다면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 민주적 가치, 창의성과 혁신 이 세 가지가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 총리가 된다면 먼저 시작할 개혁 과제는. 군주제 개혁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 먼저 개헌을 할 것이다.

경제 구조와 관련해서는 탈독점화, 탈중앙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교육 시스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등 군 개혁도 추진하겠다.

최고 징역 1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왕실모독죄는 엄격한 법 중 하나이고, 정치적인 반대 세력을 처벌하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왕실과 대중, 특히 젊은 세대 간에 거리가 존재하고 같은 시대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군주제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새로운 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의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군주제 개혁은 성숙하고 인내심 있는 대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 태국 경제는 성장이 정체돼있고 관광 의존도가 높다.

경제 발전을 위한 복안은.
▲ 이 점이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을 때 우리가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감탄한 이유이고, 태국 경제도 한국처럼 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구조는 분산돼 있고 다양한 산업이 발전했다.

태국도 한국처럼 경제 구조의 복잡성을 확대해야 한다.

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0%가 관광에서 나오고 방콕, 푸껫 등 일부 지역만 혜택을 받는다.

경제 인프라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산업 간의 연계도 더 다양화해야 한다.

산업 간의 연계를 개선하고 가치사슬을 함께 발전시키는 데에도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

-- 한국과 태국은 오랜 기간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고 올해는 양국 수교 65주년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구상은.
▲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아세안 연대구상'(KASI)과 관련해 협력함으로써 양국의 이익,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도자들과 함께 아세안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협력해나갈 수 있도록 해나가고자 한다.

이미 양국 국민들은 매우 가깝다.

또 태국에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간의 관계는 더 개선될 수 있고 의회 간에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과의 인연, 기억나는 인물이 있는가.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나와 같은 하버드대 출신이고, 그가 하버드대에서 한 강연을 들었다.

2011년 당시 서울시장(오세훈)의 하버드대 강연도 기억난다.

그리고 블랙핑크가 있다.

선거운동을 하러 다닐 때 딸이 차에서 블랙핑크 음악을 들었다.

나는 정치인이 되기 전 기업에 있을 때 한국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했다.

-- 한국 소프트파워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는데.
▲ 하버드 유학 시절 들은 말이 내 머리에 깊이 각인됐다.

소프트파워를 위해서는 '하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래 한 곡이 만들어지기까지도 빅데이터 등 전혀 소프트하지 않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나는 늘 한국의 소프트파워처럼 성공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하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화면에 멋지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이면에서 여러 부분이 모여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점을 정치할 때 늘 생각하고 있고 의회 연설 등에서도 사례로 든다.

-- 세계 안보 위기 속 태국의 외교 방향은.
▲ 세계에 '태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원칙에 어긋나고 세계 질서에 반하는 일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태국과 상대방 국가에 이익이 되고 안정성을 강화하기에 조용한 외교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한반도 평화는 매우 중요하고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태국은 탈북민이 들어오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련도 있다.

인도주의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국경을 접한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일이 태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얀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 총리가 돼 연임해 8년 임기를 마치면, 반기문 전 총장처럼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거나 국제정치에 참여하고 싶다. 그다음에 교수가 되고 싶고, 그 뒤에는 꼬사무이로 가서 쉬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