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新경영 선언 30년…이재용 '뉴 비전' 내놓는다

복합 위기에 새 돌파구 모색
1993년 6월 7일,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선대회장)이 본사 주요 임원과 각국 법인장 200여 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켐핀스키호텔로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선대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뼈를 깎는 수준의 혁신을 주문했다. 이른바 삼성 ‘신경영’의 시작이었다.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이 7일로 30주년을 맞았다.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된다. 이 선대회장은 “삼성의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품질의 제품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신경영 선언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회장 취임(1987년 12월) 이후 5년 반 동안 이 선대회장을 짓누른 위기의식과 삼성을 일류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 그리고 ‘혁신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경영자로서의 동물적인 감각이 전환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30년간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의 자산 규모는 약 10배, 매출은 약 11배 늘었다. 품질 경영과 혁신 DNA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하며 반도체, 스마트폰, 중소형 디스플레이, TV 등의 분야에서 삼성을 세계 1위로 이끌었다.

산업계에서는 2023년 현재의 경영 환경이 신경영 선언이 나온 1993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과 경기 둔화 등으로 복합위기 상황을 맞은 삼성이 이 선대회장의 혁신 경영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내 ‘제2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향후 30년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