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50배라는데…中원전 배출 삼중수소는 왜 거론안할까

中, 2020년 원전 배출 삼중수소 1천54T㏃…매년 계속 빠르게 느는 중
中 55기 가동으로 세계 3위 원전국…서해와 닿은 中 동부연안에 23기 추가건설중
전문가 "후쿠시마 사고후 근해 삼중수소 변화없어…오히려 中 원전에 관심 둬야"
중국이 자국 동부 해안에 원전을 꾸준히 늘리는 가운데 2020년 한 해 방출한 삼중수소 배출 총량이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류할 때 연간 기준치의 50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국이 2021년 발간된 중국핵능연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전체 원전에서 2020년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1천54테라베크렐(T㏃)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배출량 제한 기준으로 계획 중인 연간 22T㏃의 약 50배에 달한다.

또 214T㏃을 배출한 우리나라의 2022년 원전 배출 총량과 비교하면 5배가량 높다. 일본은 2019년 한해 원전에서 175T㏃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전인 2010년에는 370T㏃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가동원전 수가 줄며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중국은 삼중수소 배출량이 2010년 215T㏃에서 2018년 832T㏃, 2019년 907T㏃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019년 기준 삼중수소 배출량이 1천714T㏃, 중수로 원전만 가동하는 캐나다는 2020년 기준 삼중수소 배출량이 1천831T㏃로 나타났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원전 55기를 가동 중으로 미국(93기), 프랑스(56기)에 이어 세계 3위다.

23기를 새로 건설 중인 중국은 여기에 더해 남중국해에 해상 원전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있었으나 규제 당국이 최종 승인을 보류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중국 원전 대부분은 동부 연안에 몰려 있어 우리나라가 영향권에 든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원전도 한국과 가장 가까운 랴오닝성, 산둥성에 지어지고 있다.

이들 원전에서 배출된 삼중수소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 근해로 들어올 수 있지만 아직 의미 있는 농도 변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 우리 근해에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지만 수치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중국 원전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반도가 위치한 위도가 편서풍대인 만큼 만약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서쪽에 자리 잡은 한국이 방사능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편서풍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국경을 넘거나, 서해에 영향을 줄 확률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중국 타이산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논란이 이어질 당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올 가능성을 놓고 원안위 등 관계기관이 긴장 속에 모니터링을 이어 나가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에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대응매뉴얼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원안위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고 경보를 발령하는 등 12개 부처가 합동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국내외 방사능 이상 상황을 대비해 전국 231개소에 환경방사선감시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해역 40개 지점에서 해수방사능 농도도 감시하고 있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동해안 원전 증설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별다른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이 원전 사고가 나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동아시아 지역에 원자력 안전 협력 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3국 간 규제자 회의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문제로 시끄러울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조금 더 강력한 협력 체제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