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대만이 전쟁 위기 높인다"…지정학 이슈 논쟁장 된 TSMC주주총회

주총서 "세계화는 필수" 주주 달래기 나서
"3나노 등 핵심 공정은 대만에 남을 것" 강조
"AI發 수요 커질 것…고급 칩 용량 2배 확장"
사진=AFP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이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의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과 관련해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며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섰다. 대만 내 주주들은 TSMC의 공격적 확장 전략이 도리어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 SCMP 등에 따르면 류 회장은 전날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기술과 제조 부문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세계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일본 구마모토현, 독일 드레스덴 등 지역에 공장 건설을 이미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현재의 성공, 미래에도 계속되진 않아”

이날 주주들의 관심은 TSMC가 어떤 이유로 이 같은 해외 진출 전략을 짜게 됐는지에 집중됐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은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고려해 TSMC의 생산 시설을 대만 밖으로 옮기라고 압박해 왔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최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타격 리스크를 선제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다. FT는 “TSMC 정기 주총에서 지정학 이슈가 화두로 떠오른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류 회장은 “미국 진출에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비용 문제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TSMC가 가야 할 발전 방향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TSMC가 10~20년 후에도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현재의 성공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 대만이 충분한 인재와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췄는지를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류 회장은 “미국과 독일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포함해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할 것”이라며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400억달러(약 52조원) 규모 투자가 결정된 미국 공장과 관련해 그는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과 관련된 TSMC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보조금은 아시아 지역 공장과의 생산 비용 격차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 정부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자 TSMC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불만을 표출해 왔다.

류 회장은 “미국에선 수년간 반도체 칩 제조 부문에서의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며 “생산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비용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지 않는 한 (보조금 지급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독일 공장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논의 과정이 순조롭다”며 “독일 정부가 공급망과 노동력 측면에서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신속한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보조금과 관련해서도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원 조건이 어떻게 될지와 관련해 자세히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공장 투자안은 일러도 8월이나 돼야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SMC는 해외로 옮겨지는 생산능력이 전체 설비투자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대만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CC 웨이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대량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최첨단 기술인 3nm 공정(N3)과 차세대 공정인 2nm 공정(N2), 1.4nm 공정(N1.4) 등은 대만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투자 축소…내년부터 강력한 성장”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화 전망에 따라 올해 자본지출(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 계획이었던 320억~360억달러 범위의 하단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올해 4월 전 세계 칩 판매량은 409억달러(약 5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509억달러)보다 21.6% 감소했다. ISA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3%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약 10% 감소할 것이란 기존 전망도 재확인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강력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 회장은 “올해 매출이 다소 줄어들 순 있지만, 내년부터는 강한 성장을 달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사이기도 한 TSMC는 모바일 부문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앱 구동에 필요한 고급 반도체 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류 회장은 “고급 칩 패키징 용량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산업에서 나오는 수요는 매우 흥미롭다”며 “지난해 고성능컴퓨팅(HPC) 부문에서의 매출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앞질렀고, 생성형 AI는 이런 추세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