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팔자"…변심한 동학개미들, 에코프로비엠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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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4월 에코프로비엠 2500억 사들였지만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도 업종이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개인의 매수세도 약해지고 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을 사들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5월 순매수액 300억 그쳐
에코프로비엠 목표가, 20만~30만원 분포
"그룹사에서 원재료 조달해 실적 성장" vs "장기 공급 계약 필요해"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을 3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4월 순매수 규모(2583억원)의 13% 수준에 그쳤다. 최근 일주일(5월 31일~6월 5일)로 좁혀보면 개인은 25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4월 에코프로비엠을 1150억원 순매도했던 기관 투자자는 지난달 순매수 전환해 943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2개월 연속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팔아치웠다.지난 4월 10일 2차전지 열풍의 중심에 있던 에코프로비엠은 31만55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을 주장하면서 '고평가'라는 분석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현재 주가는 25만7500원을 나타내고 있다. 고점에 비해 18%가량 빠진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 에코프로의 주가도 고점 대비 31% 하락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에코프로비엠 종목 보고서를 낸 8개 증권사 가운데 5곳은 '매수'를 추천했다. 이 중 4곳은 목표 주가로 3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현재 주가에 비해 16.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 안회수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에코프로비엠의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포드가 전기차 F-150 라이트닝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기에 포드 협력사 SK온으로 출하하는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메탈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평균판매가격(ASP)도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출하량이 늘어 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매수를 권한 전문가들은 그룹사 내에서 수산화리튬을 조달하는 점을 호평했다. 수산화리튬은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에코프로그룹의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해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하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우려에 비해 실적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그룹사 내에서 안정적인 가격으로 원재료를 수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곳의 증권사는 에코프로비엠에 '중립'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매도' 의견을 낸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잡았다. 현재 주가보다 22% 낮은 수준이다. 한병화 연구원은 "2030년에 근접할수록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성장률은 10%대로 낮아질 것"이라며 "20만원 이상의 주가는 고평가"라고 했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수직 계열화, 안정적인 실적 등 에코프로비엠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프리미엄 요인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현재 주가엔 2027년 이후 성장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며,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오르려면 새로운 장기 공급 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포스코퓨처엠은 수주를 공시하며 주가가 뛰어 시가 총액이 에코프로비엠을 뛰어넘었다"며 "중장기 계약은 회사의 협상력, 마케팅 파워 등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에코프로비엠도 기초체력(펀더멘털) 상 유의미한 변화가 있어야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들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차 배터리 셀 업체와 약 83조원에 달하는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투자자 대부분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매도하지 말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개미들 팔지 말고 좀 들고 있자"라며 "기관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으니 비싸게 팔자"라는 의견을 냈다. 일부 투자자는 매도 기회를 엿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기대가 너무 컸다, 주가가 이게 뭐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편 공매도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달 초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액은 8664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중 2등을 기록중이다. 시가 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은 3.55%였다. 1등은 지주사 에코프로비엠(1조150억원)이 차지했다. 대부분의 공매도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하는데, 이들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