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꿈만 같아요"…베트남 이주여성들 4년 만에 친정부모 상봉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부모 초청행사 재개…9박 10일 한국 나들이

"특별히 하고 싶은 건 없어요. 그냥 어떻게 지냈는지 밤새 수다 떨고 싶어요"
충북 증평군으로 시집와 올해로 한국 생활 5년 차로 접어든 베트남 이주여성 웬티두엣화(37)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만난 부모님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1년 365일 휴일도 없이 남편을 도우며 베트남 식자재 마트를 운영한 웬티씨는 코로나19와 경제적 사정 등으로 그간 모국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비행기 가격이 크게 올라 부모님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해 매일 밤 영상통화를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그는 "부쩍 야윈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웬티씨 어머니도 이런 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7일 오후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는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생활하는 베트남 새댁과 이들의 친정 가족이 만나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시민단체 바르게살기운동 충북협의회가 도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이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재개됐다.

이날 행사에 초청된 19명(10가정)의 베트남 부모들은 도지사 환영 오찬을 시작으로 청남대, 대청호 등을 둘러보며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행사 내내 이들 가족은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며 각자의 자리에서 힘겹게 버텨온 시간을 위로했다. 5시간가량의 비행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딸을 만날 생각에 휠체어를 타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부모도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왔다는 응웬티맨(67)씨는 "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안심이 된다"며 "한국에 딸과 같이 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다"고 방긋 웃어 보였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딸 김수연(40) 씨는 "그냥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하질 못하겠다"며 "어머니 무릎이 좋지 않은데 몸보신하고 병원도 데려갈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국영방송 기자 등 언론인들도 참석해 도내 다문화 가정 사연 등을 취재했다.
청남대 탐방 이후 제천으로 떠나는 베트남 가족은 케이블카와 유람선을 타며 관광지를 둘러본 뒤 가족끼리 시간을 가지며 소중한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여행 일정은 오는 16일까지 9박 10일 동안 이어진다.

전대수 바르게살기운동 충북협의회장은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데 결혼 이민자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이주여성 부모 초청행사 연례화 등을 통해 앞으로도 다문화 가족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와 바르게살기운동 충북협의회는 지난 2008년부터 12년 동안 380명의 베트남 가족 부모를 국내로 초청해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녀를 포함한 도내 다문화 가정 구성원 수는 지난해 기준 3만8천720명이다.

이는 충북 전체 인구수의 2.4%를 차지한다. 출신 국적별로는 베트남 31%, 중국 29%, 필리핀 8.9% 등의 순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