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B동일 '제조업 디지털 전환'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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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약1945년 9월 해방 직후 설립돼 한국 제조업의 역사를 함께한 DRB동일(동일고무벨트 지주회사)이 디지털 전환(DX) 속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스타트업과 협력한다. DRB동일은 최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공정을 개선하고, 챗봇 엔진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기반 공급망·챗봇엔진 개발
대학과 '데이터 과학자'도 육성
공정 효율화·스타트업 발굴까지
전사적인 DX 시스템 '자리매김'
DRB동일은 7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내용 AI 챗봇 엔진 개발 △수액 세트 튜브 내·외경 측정 관리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공급망 관리(SCM) 구축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스타트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세 가지 주제 모두 DRB동일 실무자들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내용이다. DRB동일은 아이디어를 접수하면 평가를 거쳐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후속 투자까지 할 계획이다.고무벨트로 출발한 DRB동일은 최근 사업영역을 크게 확대했다. 자동차·농업·건설기계용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헬스케어 영역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느끼고 2020년부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전통 제조업을 혁신하는 데 힘썼다.
이 회사 디지털 전환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과학자)’로 바꾸는 것이다. DRB동일은 부산대와 부경대의 도움을 받아 직원을 데이터 과학자로 키워내고 있다. 지난해 40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20명이 교육받고 있다.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코디네이터는 자체 육성하거나 각 대학에서 지원받았다.
DRB동일 데이터 과학자들은 각 부서에서 실무를 하면서 마주치는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한다. 공정 개선부터 시작해 마케팅(시장조사),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윤활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데이터 과학자가 문제점을 발굴해 아이디어를 내면 지속성장부문 부서에서 이 주제와 맞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데이터전략센터는 조직 내부의 스마트공장,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개선, 업무 효율화 검토 등의 업무에 더해 외부에서 찾은 기술을 평가한다.
DRB동일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부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향후 근섬유 조직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유연한 소재를 로봇에 적용하거나, 의료용 기기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지난 4~5월에는 에너지원이 없는 무동력 상태에서 인간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김준성 DRB동일 사업기획이사는 “이미 각 영역에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며 “사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신사업 진출까지 데이터를 활용하고, 스타트업과의 연결망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