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한노총, 적반하장으로 대화 중단

7년 만에 경사노위 불참 선언

금속노련 간부, 광양서 불법집회
경찰 대응 두고 "노동 탄압" 항의
최종 탈퇴 여부는 집행부에 위임
김동명 위원장(맨 왼쪽) 등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부들이 7일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개최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 회의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정 대화 창구가 사실상 닫히게 됐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동개혁 드라이브로 쌓인 노동계 불만이 폭력시위를 벌인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간부 체포를 계기로 분출되는 양상이다. 경사노위 최종 탈퇴 여부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위임되면서 추후 한국노총과 정부 간 치열한 물밑 교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도 차질 빚을 듯

한국노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7일 열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전면 중단하되 필요시 위원장이 언제라도 탈퇴를 결단할 수 있도록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이 동의하면서 회의는 종료됐다.이번 참여 중단 선언으로 최저임금위원회 등 다른 사회적 대화 논의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불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최저임금 산정) 책무는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속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김모씨는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아홉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게다가 근로자위원들이 강경 기조를 띠면서 최저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히려 아쉬운 건 노동계”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면 아쉬운 건 오히려 노동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해고자의 노조활동 보장,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 무리한 친노동 정책이 경사노위를 통해 제도화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숙원 과제이던 공무원과 교원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 시행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개정 공무원노조법 및 교원노조법에 따라 내년부터 공무원·교원에게도 타임오프가 적용되는데, 면제 시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상한선은 올해 말까지 경사노위 산하 공무원·교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정해야 한다. 또 정년 연장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주요 노동 의제가 즐비한 상황에서 노정 대화가 중단되면 노동계가 얻을 게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했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與 “한노총에 강경 대응해야”

한국노총의 대화 중단 선언에 여당 내 강경파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구속된 김 사무처장이 공권력 행사 과정에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정글도(刀)까지 소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명분 없는 적반하장식 한국노총의 탈퇴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잉 진압이라는 야당의 주장에도 “노조중심주의를 내려놓으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사노위도 위태로워졌다.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재차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에서도 폐지론이 제기된 바 있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임명했지만, 5년간 도출한 노사정 합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회적 대화 중단으로 여당이 경사노위 같은 사회적 대화체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같은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개혁에 확신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