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새 헌법' 제정 재도전 착수…헌법위원장에 30세 변호사

"미래 건설의 장 만들자"…보수우파 성향 위원 대거 포진
칠레의 새 헌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제헌의회 성격의 헌법위원회가 7일(현지시간)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칠레 헌법위원회 50명의 위원은 이날 첫 회의를 열어 위원 직위 수락 절차를 밟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애초 51명으로 위원회가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뒤늦게 성폭력 혐의가 확인된 1명이 위원에서 제외되는 절차에 들어갔다.

헌법위원장에는 33표를 얻은 베아트리스 에비아(30) 변호사가 뽑혔다. 그는 극우 성향의 공화당 위원이다.

애초 당내에서는 교육자 출신 니노스카 파야우나(34)가 위원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그 역시 과거 범죄 행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종 제외됐다.

에비아 위원장은 취임 연설에서 "이 위원회는 최종 도착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념의) 만남 장소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건설하는 지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칠레에서는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37)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속에 제헌의회 의결을 거쳐 급진적 내용을 담은 헌법이 제정됐으나,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반대(61.9%)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전국 선거를 거쳐 꾸려진 이번 헌법위원회에는 우파 성향 위원들이 33석을 차지하며 대거 포진했고, 진보 인사 일색이던 직전 제헌의회와는 구성원 면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게 됐다.

2021년 대선에서 보리치에게 패했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7) 공화당 대표는 헌법위원 선거 결과에 대해 "칠레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인 비오비오칠레는 에비아 헌법위원장이 카스트 대표 대선 캠프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헌법위원회는 전문위원회(법률가·언론인·학자 등 24명으로 구성)에서 작성한 초안을 5개월 간 최종 검토한 뒤 국민투표에 부칠 새 헌법안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새 헌법 통과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국민투표는 오는 12월 17일에 치러진다. 앞서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 이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인 1980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20년 국민투표에서 78%의 국민이 피노체트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