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이어 수내역 사고까지…신도시 노후화에 커지는 불안감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14년…일각선 설비 노후화 거론
정자교 붕괴 원인도 구조물 노후·보수 미비…"시설 전면 점검해야"

지난 4월 정자교 붕괴 사고에 이어 두 달 만에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자 분당신도시 노후화에 따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민 우려가 나오고 있다.8일 오전 8시 20분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수인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에서 길이 9m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뒤쪽으로 역주행하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던 시민들이 한순간에 줄줄이 넘어지면서 아래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넘어진 이용객들이 에스컬레이터 하단부부터 겹겹이 쌓이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이 사고로 시민 14명이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골절 등의 중상을 입은 부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출근길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다친 시민들은 물론 이를 목격한 이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지하철역과 백화점, 상가들이 아파트 단지와 연결되는 분당신도시 중심 상권인 수내역은 유동 인구가 많아 사고 당시 에스컬레이터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탑승객이 꽉 들어찬 상태였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었으며, 대다수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피해가 더 컸다.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으로 수내역 에스컬레이터의 노후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 설치된 기종으로, 올해로 사용 14년 차가 됐다.

에스컬레이터 등의 승강기는 설치 후 15년이 지나 노후화하면 3년마다 정밀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1년이 남은 것이다.

사고 원인은 관계기관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 봐야 알 수 있으므로,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분당신도시 주민들은 불과 두 달 전인 4월에도 길을 걷던 시민들이 교량 붕괴로 숨지거나 다친 사고를 떠올리면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5일 오전 9시 45분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탄천 교량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가 무너져 당시 이곳을 지나던 40세 여성이 숨지고, 28세 남성이 다쳤다.

조사 결과 정자교는 철근이 부식하고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한 상태에서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붕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정자교는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건설된 왕복 6차로의 총길이 108m, 폭 26m 교량으로, 도로 양측에 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올해로 설치 30년이 돼 붕괴 직전 교면에 균열이 일어나고 처짐 현상도 보이는 등 사고의 조짐도 감지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시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특히 정자교 붕괴 이후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교량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 실제로 일부 안전상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분당신도시 주민 1천300여명이 참여한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분당 전체를 재점검해야 한다", "분당신도시 인프라를 한꺼번에 구축하다 보니 노후화 문제도 몰려오는 거 같다"는 말이 나왔다.

800여명이 참여한 또 다른 대화방에서도 "수내역이 1994년에 생겼다.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 "무서워서 에스컬레이터든 엘리베이터든 타고 다니겠냐"는 등의 대화가 오가고 있다.성남시 분당구 한 주민은 "정자교나 수내역이나 모두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설치됐는데, 최근 잇단 사고로 분당신도시를 비롯한 1기 신도시 내 공공 시설물이나 다중 이용시설이 안전한지 불안감이 커졌다"며 "전면적인 안전 점검과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