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기차역·폐선착장 '거대한 빛의 캔버스'

Cover Story

도시재생의 답, 미디어아트에서 찾은 시드니

주차장으로 쓰이다
흉물로 버려진 옛 지하철로
음악과 화려한 조명 접목
꼭 가봐야 할 명소로

하버 브리지 아래 호텔
옛날방식으로 지어져
바다로 난 창가에 앉아
책읽는 이색 경험 가능
호주 시드니 중심에 있는 윈야드는 기차역에서 가까운 동네다. 도시의 아래에는 100년 전 지어진 옛 지하철로가 있다. 한때 주차장으로 쓰이다 10년 전부터는 완전히 버려진 채 흉물스럽게 존재했다. 올해 13번째 ‘비비드 시드니’에선 지하 공간이 모든 관람객에게 ‘꼭 가봐야 할 축제의 박물관’이 됐다. 음악과 미디어아트, 화려한 조명을 접목한 몰입형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다크 스펙트럼’은 시드니가 버려진 도시 공간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부활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009년 비비드 시드니의 첫해부터 이 도시는 오래된 건축 유산과 자연유산을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다.

100년 전 지어진 지하철 벙커의 변신

다크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철로를 따라 8개 콘셉트가 담긴 방으로 구성됐다. 요크 스트리트와 캐링턴 스트리트 사이의 ‘윈야드 파크’역에서 입장하면 1시간 이상을 걸어 더록스 지역의 컴벌랜드 스트리트로 빠져나온다. 로봇이 쉼 없이 움직이며 화려한 클럽 분위기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터널의 구조를 활용해 명상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니뮤직이 음향을 맡고 맨디라이츠, 컬처크리에이티브가 협업해 만든 이 몰입형 전시는 비비드 시드니에서 처음 공개된 후 세계 곳곳으로 순회 전시를 떠난다. 빛의 축제가 끝나도 당분간 시드니에서 만날 수 있다.
시드니엔 166년 전부터 기차가 다녔다. 1906년 세워진 중앙역은 현재 ‘파워하우스 뮤지엄’과 ‘하이테크 미디어 허브’로 쓰인다. 2015년 재개발한 뒤 중앙역에서 시드니공과대까지 가는 길에는 여러 작품이 하나로 이어진다. 건물마다 프로젝션 매핑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업이 즐비하다. 시드니공과대의 비즈니스스쿨은 빌바오 구겐하임으로 잘 알려진 프랭크 게리의 ‘닥터 차우 착 윙 빌딩’이 상징적이다. 구겨진 종이백을 연상시키는데 비비드 시드니 기간엔 수많은 창문이 색색의 빛으로 바뀌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폐선착장도 할렘가도 캔버스가 되다

하버 브리지 아래에 있는 피어원호텔은 과거 페리 선착장으로 쓰였던 건물. 호텔로 새단장했다. 외부 건축물은 옛 선착장 건물을 유지했고 내부도 나무 골조의 거칢을 느낄 수 있다. 각 객실에서는 바다로 난 창문가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과거 원주민들의 주거지였던 바랑가루 지역도 그렇다. 한때 퇴역 컨테이너 항구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했던 이곳은 2007년부터 녹지 재생 프로젝트의 대상이 됐다. 7만5000종 이상의 식물과 벽돌로 도시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바랑가루란 지명은 식민지 초기 영향력 있었던 캐머레이갈 부족 여성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랑가루 보호구역에서 달링하버 방향으로 걷다 보면 바랑가루 하우스 건물을 만날 수 있는데, 층마다 곡선 형태의 발코니가 있고 식물이 흘러넘치듯 자라난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보라 기자·디스트릭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