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악의 산불…뉴욕 하늘 연기로 뒤덮었다

대기질 최악…1억명에 경보
워싱턴선 '코드 레드' 발령
주홍빛 연기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하늘을 뒤덮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 일대를 덮친 것이다. 야외 행사는 대부분 취소·연기되고 여객기들도 줄줄이 지연됐다.

로이터·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산불 연기의 여파로 뉴욕 공기질지수는 이날 400을 넘어섰다. 공기 질이 나쁘기로 악명 높은 인도 뉴델리(16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공기질지수가 100을 넘으면 ‘건강하지 않은’, 300이 넘으면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된다.유독한 연기는 전날부터 도시에 깔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타는 냄새가 난다고 증언했고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넣어뒀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 썼다. 뉴욕주 일부에서는 가시거리가 1.6㎞ 이하로 떨어졌다.

뉴욕의 일상도 마비됐다. 뉴욕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연기됐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경기 일정도 변경됐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는 일부 항공편 도착이 잠시 금지됐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권고했다. 워싱턴DC까지 산불 연기가 확산하자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48시간 동안 ‘코드 레드’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코드 레드는 대기질 악화로 노약자와 어린이,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미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여섯 단계의 대기질 지수 중 네 번째 단계다.

EPA는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억 명에게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동부 연안을 따라 버몬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15개 주에서 대기질 상태가 위험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 중 12개 주는 주민에게 야외 활동 제한을 촉구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