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열린 한·일 商議 회의…"오사카·부산 엑스포 힘 모으자"
입력
수정
지면A4
한·일 협력 '부산 선언' 발표“슬로울리(slowly), 슬로울리.”
공급망 재구축 등 경제교류 확대
"저출산·탄소중립 등 공통 과제
양국 기업 미래지향적 협력 중요"
9일 오전 8시55분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호텔 4층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행사장 앞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미쓰비시상사 상담역)이 만났다. 고바야시 회장은 최근 테니스 연습 중 인대가 끊어져 목발을 짚은 최 회장에게 “천천히 입장하라”며 살짝 부축했다. 최 회장이 “제가 잘 모셔야 하는데 오히려 저를 돌봐주시네요”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자 고바야시 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감싸며 “다이조부(괜찮다)”란 말을 반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진행
6년 만에 열린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 분위기는 역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5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최 회장과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동일철강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삼보모터스 대표), 심재선 인천상의 회장(공성운수 대표),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삼진정밀 대표),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금양그린파워 대표) 등이 한국 상의를 대표해 참석했다. 5대 그룹에선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략기획실장(부사장),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상의에선 고바야시 회장, 도리이 신고 오사카상의 회장(산토리홀딩스 대표),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다니가와 히로미치 후쿠오카상의 회장(서일본시티은행 회장) 등이 한국을 방문했다. 양국 기업인 30여 명은 행사장에서 서로 안부를 물으며 환담을 나눴다.
○“엑스포 성공적 개최 합심”
이날 회의의 화제는 세계박람회(엑스포)였다. 일본은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개최한다. 한국은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양국 상의는 오사카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와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부산 선언’도 발표했다.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는 세계적인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2025 오사카 엑스포와도 하나의 솔루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2025년 오사카 엑스포, 2030년 유치 목표인 부산 엑스포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상호 이해가 깊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공급망 재구축 협력
한·일 상의는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에 발맞춰 경제협력 및 교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중점 협력 분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 해결 △경제안보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 △사이버 보안 △디지털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협력 등을 꼽았다.최 회장은 “최근 한·일 관계가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한·일 양국은 저출생·고령화, 디지털, 탄소중립 등 다양한 공통 사회 과제를 안고 있다”며 “양국 기업이 지혜를 나누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양국 상의 회장단은 구체적 협력 방안은 다른 경제단체와 연계해 계속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