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폼페이 관광객들이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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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폐허의 마법 (Vom Zauber des Untergangs)
폼페이 '스탕달 신드롬' 다룬 책
명작·문화유산 등에 감동받고
어지럼증·흥분에 심장마비까지
화산재 밑에 묻힌 역사의 흔적
고고학 전문가 저자가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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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폼페이 고고학 공원의 책임자로 취임한 뒤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폼페이 방문객 가운데 심장마비를 겪는 사람이 많고, 그중 일부는 치명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폼페이 방문객을 위한 응급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600건 정도의 사건 가운데 약 20%는 심혈관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탈리아 남부지역의 더운 날씨를 탓하곤 하는데요. 정말 그 이유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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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시 폼페이에서 발굴되는 유적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화유적과 고고학은 고통과 상실 또는 삶,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산 채로 묻힌’ 고대도시 폼페이, 그리스 로마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놀라운 자료,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되는 생생한 문화유산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폼페이는 살아있습니다.”서기 79년 8월 24일 낮 12시 무렵, 베수비오 화산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화산 쇄설물과 용암이 폼페이를 뒤덮었다. 건물들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압사당하거나 질식사했으며, 도시는 재와 화산암 더미 밑에 묻혀 버렸다. 170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재로 된 장막 아래 완벽하게 보존된 채 잠들어 있던 고대도시가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약 2만 명의 주민이 살았던 고대도시가 형체를 보존한 채 나타나자 전 세계는 경악했다. 화려한 저택, 빵집, 음식점, 목욕탕, 포장도로, 상하수도시설, 프레스코화 등 고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유적이 발견됐다. 그뿐만 아니라 화산 폭발 당시 죽음과 직면한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도 ‘석고’ 형태로 발굴됐다.
도망치다가 잿더미 아래 갇힌 어린아이, 뱃속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엎드려 있는 임산부, 사랑을 나누다가 함께 죽은 연인,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개 등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함께 ‘죽었지만 살아있는’ 고대도시 폼페이로 독자를 초대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