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던 해운주…해상 운임 반등하자 '꿈틀'

팬오션, HMM 이번 주 들어 10% 이상 올라
SCFI, BDI 등 운임 지수 반등에 기관 매수세 몰려
"운임 지수 단기 변동성 커…투자 유의"
팬오션의 그랜드 보난자(GRAND BONANZA)호./사진=팬오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조정받았던 해운주가 모처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운임 지수가 반등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각 운임 지수별로 전망이 달라 단기 투자엔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5~8일) 팬오션의 주가는 12.5% 오르며 5000원 선을 되찾았다. HMM도 11.67% 상승하며 2만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기관 투자자가 이 종목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번 주 3거래일간 기관은 팬오션을 250억원 순매수했다. HMM은 193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HMM은 외국인도 151억원 매수하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이들이 해운주를 사들이는 배경엔 해상운임의 반등이 있다.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로 인한 선박 공급 부족 속 물동량 증가로 지난해 1월 5109.6까지 폭등했다.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900선까지 밀렸지만 지난 2일 1000선(1028.7)을 회복했다.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지수도 올랐다. 900대까지 하락했던 BDI도 100포인트가량 오르며 1000을 웃돌았다.

팬오션에는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팬오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했다"며 "4000원 대의 주가는 0.5배를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주가가 바닥을 딛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팬오션이 장기운송계약(CVC)을 맺어 단기적인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1분기 말 기준 팬오션은 38건의 CVC를 체결한 상태"라며 "시황과 관계없이 영업이익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HMM의 알헤시라스 호/사진=한경DB
HMM의 경우 현대LNG해운 인수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HMM은 이사회를 열고 현대LNG해운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는 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HMM은 지난 2일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고, 매각 가격으로 3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LNG해운 인수에 대해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HMM이 희망하는 가격대인 3000억원 선에 인수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며 "컨테이너 업황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분기 HMM의 매출 가운데 84.15%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나왔다.

다만 SCFI의 반등은 단기에 그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하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해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양지환 연구원은 "최근 SCFI가 오른 이유는 미국 서부항만 노동자들이 파업한 영향"이라며 "성수기에 진입하며 SCFI가 강세를 보일 순 있지만 노조 이슈가 해결되면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배기연 연구원은 "수급 지표가 안정화됐고, 물류 정체 현상도 대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SCFI는 1000포인트 초반에 머무를 것"이라며 "운임이 급격하게 올라갈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DI에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양지환 연구원은 "중국이 호주산 석탄의 수입량을 늘리며 최근 BDI가 반등했다"며 "단기적인 변동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수급이 개선돼 업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기연 연구원은 "3~4분기 성수기를 맞아 BDI가 19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올해 연간 평균 BDI를 1500대 중반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BDI 평균치는 1934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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