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우주산업도 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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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응원한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습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입니다. 각종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쓰이는 로켓을 발사체라고 합니다.

위성 발사체 누리호는 작년 6월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했습니다. 이번 3차 발사에서는 실용위성(차세대 소형위성 2호)을 목표 궤도인 고도 550㎞에 성공적으로 올려놨습니다. 이 위성은 초속 7.58㎞ 속도로 지구를 하루 약 15바퀴 돌면서 밤낮과 날씨에 관계없이 관측(정찰) 임무를 수행합니다.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 즉 ‘우주 강국 G7’이 됐습니다. 2040년 1조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우주산업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향후 우주산업은 민간 기업이 주도할 전망입니다.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군사정찰위성을 로켓(천리마-1형)에 실어 발사했다가 실패한 사실을 감안하면 누리호의 이번 성공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성과입니다.

우주를 놓고 그동안 주요 국가가 어떻게 경쟁해왔으며, 우주 활용과 관련한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가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경제학적 설명을 이해해봅시다.

우리나라 우주산업 선진국들에 뒤져 있지만
우주경쟁에서 또다른 성공 신화 기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입니다. 머스크는 이 목표를 위해 역대 최강의 발사체 일체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개발 중입니다. 지난 4월 스타십의 첫 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는데 아쉽게도 발사 후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머스크는 몇 달 뒤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빠르면 2025년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사용하려고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57년 10월 당시 소련(현 러시아)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스푸트니크 1호는 고도 900㎞에서 1시간35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당시에도 항공기가 다니는 영공은 국제법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푸트니크 1호 발사로 인공위성이 도는 지구 궤도에 대한 국제법적 이슈가 불거졌고, 미국이 자국 상공을 비행하는 스푸트니크에 대해 항의하지 않음으로써 ‘우주 공간에는 주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국제법적 원칙이 확립됐습니다.

소련에 뒤진 미국은 1958년 1월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 발사에 성공했고, 그해 7월 NASA를 설립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5월 “10년 내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고,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을 달에 착륙시켜 소련을 제치고 우주 최강국으로 도약했습니다.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3년 무인 달 탐사선 창어 3호를 달 표면에, 2019년 창어 4호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켰습니다. 2020년엔 창어 5호가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해 돌아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소련, 중국뿐입니다.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한 국가 역시 이들 나라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우주정거장 ‘톈궁’을 자체 건설했고, 여기에 지난달 유인 우주선 선저우 16호를 발사해 우주비행사 3명을 보냈습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중국인의 달 착륙을 실현할 목표입니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달 착륙 이후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기로 하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인 달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달 궤도에 건설하고 수시로 유인 달 착륙을 수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때 쓰일 달 착륙선은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에서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우주 활용의 쟁점들

미국, 중국, 러시아 외에도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우주경쟁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누리호를 앞세운 우리나라도 뛰어들었고요. 이처럼 많은 국가가 참여하면서 우주에서의 활동 및 우주 활용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 우주자원의 상업적 활용, 우주 교통관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주를 평화의 공간으로 유지하자는 우주 평화 이용 원칙이 오랫동안 주장돼왔지만 이미 우주에는 여러 나라의 정찰위성, 감청위성, 군사위성 등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한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우주군을 운용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주자원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채굴해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맞서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궤도에는 수천 개의 위성과 수만 개(야구공 크기), 수십만 개(1㎝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존재합니다. 이런 우주 물체의 교통관리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한 엄청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경쟁에서도 산업화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성공 신화를 다시 쓸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합니다.

NIE 포인트

1.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사를 정리해보자.

2.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관해 조사해보자.

3. 우주의 활용과 관련한 주제로 토론해보자.

민간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줘야
우주 시대 더 빨리 열 수 있어


우주여행을 다룬 영화는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렇게 영화 소재로나 여겨지던 우주여행이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액시엄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민간인 4명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오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민간인 4명은 1인당 5500만달러(약 730억원)를 내고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이용해 17일간 우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지난달 민간인 4명을 다시 한번 ISS에 보냈습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3월 승객 6명을 태우고 네 번째 우주여행을 마쳤습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우주관광기업 버진갤럭틱도 일부 자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단 이달 말부터 우주관광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뉴 스페이스와 우주산업

민간 기업들이 제공하는 우주여행은 ‘뉴 스페이스’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뉴 스페이스는 그동안 정부가 이끌었던 우주산업을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번에 누리호 3차 발사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올드 스페이스’가 끝나고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는 신호입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산업은 어떤 상황일까요. 미국 위성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860억달러(약 501조원)입니다. 이 가운데 72%(2790억달러)가 위성산업, 나머지 28%(1070억달러)가 비위성산업(연구개발과 우주여행 서비스 등) 관련입니다. 위성산업 분야 중 위성 제조와 발사체의 경우 생산기술의 발전과 대량 생산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생산량 증가로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런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우주산업은 수요독점 시장

어떤 산업의 상황을 파악할 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그 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산업조직론(IO)은 이 방법으로 어떤 산업의 수요 및 공급 구조가 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에 이 방법을 적용해보면, ‘수요독점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위성 및 발사체를 비롯한 우주산업 생산물의 대부분을 정부가 소비한다는 것이죠.

수요독점 시장에서는 여러 공급자(기업)가 공급하는 제품을 단독의 수요자(정부)가 구매합니다. 독점적 수요자는 한계가치(marginal value)와 한계지출(marginal expenditure)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수요량을 결정합니다. 이때의 수요량과 가격을 경쟁시장과 비교하면, 수요량은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보다 적고 가격도 낮습니다. 그로 인해 생산자(기업) 잉여의 일부가 소비자(정부) 잉여로 이전됩니다. 결국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산업을 이끌어야 할 기업들에 불리한 상황입니다.

민관협력이 절실

국내 우주산업의 수요독점 구조는 산업 초기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우선 산업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정책결정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선택이 효과를 발휘해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런데 우주산업을 우주 강국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키우려면 수요독점 구조를 계속 유지해선 안 됩니다. 뉴 스페이스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민간 주도’가 ‘정부 예산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도 세계 각국은 여전히 정부의 우주 예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민간이 앞에서 끌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민관협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NIE 포인트

1. 뉴 스페이스의 개념을 설명해보자.

2. 수요독점 시장의 특징을 정리해보자.3. 우주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